부동산 부동산일반

유동성 넘쳐나자 주택시장 기웃… 하반기 복병은 금리인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6 16:46

수정 2019.06.16 16:46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다시 꿈틀대는 서울 집값..변수로 떠오른 추가 규제 
뭉칫돈이 향한 곳은 강남지역..수십억짜리 급매물 대출 없이 거래
일부 지역 가격은 전고점 넘어서 정부 디노미네이션 추진설도 원인
"액면가 떨어질라" 실물 투자한 셈
초강력 규제, 헛발질로 끝나나
금리떨어져 자금 더 늘어나면 집값 끌어올릴 '불쏘시개' 가능성
거래허가제 등 새 카드 거론되지만 3기 신도시처럼 반감만 키울수도
유동성 넘쳐나자 주택시장 기웃… 하반기 복병은 금리인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단기간에 상승세를 보이면서 강북 주요지역까지 매매거래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13일 초강력 규제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 집값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한 것이다. 먼저 현금 부자들이 움직였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서울 강남권 지역의 급매물을 대거 사들이기 시작했다. 급매물이 소진되며 호가가 올랐지만 이달 초 또 한번 집중 매수를 하며 호가를 다시 밀어올렸다. 급매물뿐만 아니라 전고점 부근까지 오른 매물도 사들인 것이다.
이에따라 강남구 대치동 몇몇 단지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강동구 둔촌동 단지 등은 벌써 이전 최고가격을 넘어섰다. 가격도 한두달 새 평균 1억원 이상, 고가주택은 2억원 이상 급등했다. 이제 강남권 집값 상승세는 성동구, 광진구 등 강북 주요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16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기 진작을 위해 다시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 이는 가뜩이나 넘쳐나는 시중 유동성을 더 늘려 주택시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당은 여기에 더해 서울 집값이 이상조짐을 보일 경우 추가로 강력한 대책을 내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서울 집값이 유동성외에도 정부의 3기 신도시 정책의 헛발질로 서울 집값을 자극한 면도 없지 않다는 면에서 더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유동성 넘쳐나자 주택시장 기웃… 하반기 복병은 금리인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유동성으로 오르는데 금리 더 내리면

최근 서울 집값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저금리에 갈곳없는 유동자금이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와 신축 아파트에 몰리고 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것은 현금 부자들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강남권 아파트 한채에 20억원 안팎의 돈을 쏟아붓고 있다. 예를들어 강남구 압구정동의 현대아파트나 신현대아파트 등 고가 아파트 거래가 지난 4월께 대거 일어났는데 현금 부자들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들은 매매가격이 30억원을 훌쩍 넘지만 전세가격은 10억원 안팎이기 때문에 한채를 매입하려면 적어도 2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대출조차 활용하지 않고 급매물 위주로 싹 거둬들였다는 것이다.

또 대치동과 도곡동 일대 아파트 급매물도 싹 빨아들였다. 이로인해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이미 전고점을 넘어섰다. 또 도곡동 렉슬도 3000가구가 넘는 가구 중 매물은 채 15개가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층이나 향에서 불리한 매물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매물은 이보다 더 적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설명했다. 이 일대 아파트 호가는 전고점 수준에 형성돼 있으며 매수가 붙으면 다시 호가를 올리는 상황까지 생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금 부자들이 올 초 들어 조금씩 움직이더니 4~6월초까지 급매물을 거의 사들였다"며 "현금 부자들은 대출없이 초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와는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대출을 끼지 않고 보유한 현금만으로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 부자들이 움직인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올 초 통화액면 단위를 낮추는 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부터다. 디노미네이션이 추진되면 물가를 자극하고 이로인해 집값도 함께 오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현금부자들은 이런 기대감 때문이라기보다는 보유한 많은 현금이 향후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실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달러 투자가 늘고 있고 골드바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같은 맥락의 결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자 한국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한 것도 주택시장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은 이주열 총재는 지난 12일 이에 화답하듯이 "(통화정책은)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습니다"라고 밝혀 지난 1년여간 진행돼 온 금리인상 기조를 접고 다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리가 더 내리면 주택시장은 더 출렁댈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시중에 유동성이 많은데 금리까지 내리면 이들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더 몰려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 유동성은 경기 침체와 증시 약세로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까지 겹쳐진다면 주택시장은 다른 국면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높은게 사실"이라며 "그나마 대출을 규제하고 있어 유주택자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고 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9월부터 유주택자의 대출을 사실상 막아놓아 현금부자 이외의 추가 매수세력이 가세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집이 있는 실수요자까지 규제로 묶어놓아 일부 현금부자들만의 '잔치'만 차려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출을 과도하게 막아놓아 실수요자들의 갈아타기 거래까지 마비시키고 이로인해 집값이 약세를 보이자 자금력 있는 현금 부자들이 이를 모두 가져가고 있다는 것이다.

유동성 넘쳐나자 주택시장 기웃… 하반기 복병은 금리인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규제 부작용으로 집값 오르는데

향후 주택시장의 흐름을 가를 또 다른 변수는 정부의 추가 규제다. 최근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다시 들썩이고 이같은 움직임이 수치로 나타나자 지난 13일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아마도 1000조원이라고 하는 돈이 혹시라도 아주 일부라도 부동산으로 몰리면 부동산 가격 폭등이 예상된다"며 "반등 기회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추가대책을 통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나라는 만들지 않기 위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집값의 이상 조짐이 계속되면 결국 주무부처와 협의해 추가대책을 내놓겠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허용연한 강화,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등에 대한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추가대책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서울 집값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도 결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우선 지난 5월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3기 신도시 추진계획을 발표한게 대표적이다. 서울 집값 안정을 위해 서울 인근에 고양 창릉, 부천 대장, 하남 교산,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등에 신도시를 지정했지만 오히려 서울 수요를 분산시키기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오히려 서울 주택시장을 자극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기 신도시를 서울과 아주 가까운 곳에 배치했지만 시장에서는 '서울에서 집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 손해보지 않겠구나'라는 믿음을 심어줬다"며 "더구나 재건축을 비롯한 재정비사업을 더 옭아매면서 서울시내 주택에 대한 희소성만 높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3기 신도시 정책이 서울 집값이 살아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잘못된 정책이 됐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의 주택임대사업자 정책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서울 집값의 가격 변동성을 더 민감하게 만들었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으로 다주택자의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4~8년간 묶이면서 주택시장에서 거래가 일어날 수 있는 매물을 줄인데다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로 매물을 내놓을 수 없도록 하면서 집값이 외부 변수에 취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즉, 과거에는 한 단지에서 거래할 수 있는 매물이 100개가 있었다면 두세건 거래가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이로인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지금은 매물이 적어 한두건만 거래가 돼도 가격이 요동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추가 대책땐 시장 자극 우려

이런 가운데 추가 대책을 예고하자 시장에서는 또 서울 집값만 자극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의도와 다르게 잘못된 정책이 나오면 시장에 혼선을 일으키게 되고 중산층, 서민 등 실수요자만 피해를 입게 될 수도 있어서다.

대표적인게 며칠전 논란을 빚은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폐지 추진'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일부터 국민권익위원회 '국민생각함' 홈페이지에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유지해야 할까요'라는 제목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현행 세법상 1주택자에 대해 양도가액 9억원까지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있다.
기재부가 이 제도를 없애는 것을 검토하면서 국민들의 반응을 본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반대의견을 표명하자 슬그머니 없던 일로 하면서 큰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현재 주택시장 상황으로 볼때 정부의 초강력 규제도 이미 약발을 다한 것처럼 보여 올 여름쯤이면 주택시장이 새로운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나 경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금리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고 정부가 추가로 내놓을만한 마땅한 규제카드가 없는게 더 문제"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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