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절벽에 고용 위기감 느낀 노조원 이탈로 파업동력 상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52 수정 : 2019.06.12 17:52

백기 든 르노삼성 노조
노사갈등 장기화로 생산 축소.. 내년 XM3 물량배정도 미뤄져
사측 강경대응에 집행부 후퇴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12일 전면파업을 풀기로 결정했다. 사측도 부분직장폐쇄를 철회하고 13일부터 정상조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날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내에서 근로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면파업'과 '직장폐쇄'로 대치했던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재협상 물꼬를 트게 된 배경으로는 노조의 파업동력 상실이 꼽힌다. 일방적 투쟁지침에 노조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고, 회사의 강경대응에 부담을 느낀 노조 집행부가 한발짝 물러났다는 분석이다.

■파업동력 상실한 '일방통행' 노조

12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부분직장폐쇄를 진행한 첫날인 이날 주간 통합근무 출근율은 69.0%다. 노조원 기준 출근율은 66.2%다. 노조가 지난 5일 전면파업을 선언한 이후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노조원은 지난 7일 61%에서 10일 62%, 11일 62.1%, 12일 65.7%로 늘어났다.

생산절벽으로 고용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노조원들이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면서다.

신규물량 확보가 절실한 르노삼성은 2018년 임단협 협상이 마무리돼야 내년도 신규 생산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지난해부터 노조에 꾸준히 전달해왔다. 하지만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는 사이 연간 10만대 생산을 유지해왔던 닛산 로그 물량은 6만대가량으로 축소됐고, 신규 물량 확보는 불투명해졌다.

실제 르노 본사는 유럽 수출용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의 생산배정을 부산공장에 할 예정이었으나 임단협 타결이 불발되자 물량배정을 올해 상반기까지 미룬 상태다. 지난달에는 11개월 만에 노사가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며 물량배정 가능성을 높였으나, 노조투표 부결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같은 회사의 경영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직원들 사이에서 확산되면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파업에 지친 노조원들의 일방적인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파업 불참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강성노조에 경고 메시지 될 수도"

업계에선 이날 르노삼성 노조가 전면파업 선언 8일 만에 철회한 것이 완성차 업계 등 산업계 강성 노조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몇 년간 국내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가운데 주요 원인으로 경직된 노사관계가 지목되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부터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60여차례에 걸쳐 250시간 이상 부분파업을 강행하면서 회사가 본 피해는 28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달 단행한 전면파업으로 인한 피해규모는 하루 120억원가량이다. 지난해 사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으로 부침을 겪은 한국GM은 올해 임단협 협상 상견례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있고, 현대자동차는 통상임금 등 난제로 올해 임단협에 난항이 예고되고 있다.


이 같은 완성차 업계의 분위기에서 르노삼성의 강경한 대응도 노조의 결정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은 노조의 전면파업 선언에 부분직장폐쇄로 응수했고, 업무복귀에 대한 최후통첩에 이어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를 압박했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의 원칙적 대응에 결국 부담을 느낀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됐다"며 "회사가 협상에서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면 안 된다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longss@fnnews.com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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