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美·中 갈등 뇌관 되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42 수정 : 2019.06.12 19:55

美 "홍콩 일국양제 침해 당해" 시위대 지지의사 공개 표명
中언론 "美탓에 사태 격화" 비난

다시 거리로 나온 홍콩 시민들
친중 홍콩 정부가 추진하는 범죄자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12일 시내에서 경찰에 맞서 바리케이트를 설치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지난 9일에도 103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이번 법안이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에 이용될 것이라고 반대 시위를 벌였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2차 반대시위가 벌어진 12일 기사에서 9일 폭력시위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개입이 있었다며 주동차 처벌을 강조했다. 로이터 뉴스1
【베이징=조창원 특파원】홍콩이 '범죄인 인도 법안' 논란으로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통해 중국 본토에 맞서면서 내부 분열이 거세지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법안을 반대하는 홍콩시민들에 지지를 표명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의 전선이 대만에 이어 홍콩으로 옮겨붙을 태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의회에 해당하는 입법회가 12일 오전 11시에 시작하려던 '범죄인 인도 법안' 2차 심의를 구체적 일정 발표 없이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친중파가 장악한 홍콩 의회인 입법회의 표결 의지가 굉장히 높아 오는 20일까지 심의를 거쳐 표결을 강행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심의가 일시 연기된 것은 홍콩내 반중 정서가 매우 뜨겁다는 점을 반영한다.

■민심 폭발, 심의 일단 연기
이날 홍콩 시민들은 아침부터 정부청사 앞에 몰려들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며 결찰과 충돌을 빚었다.

홍콩 시민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는 라바콘(삼각뿔 모양의 교통 통제 도구) 등을 경찰에게 던졌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최루 가스 등을 동원해 맞대응했다.

SCMP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께 홍콩 경찰국장은 이번 충돌을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홍콩 정부는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 등의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의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 본토에서는 있을 수 없는 시민들의 거센 시위 움직임에 중국 정부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4년 홍콩 행정장관의 완전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을 점거한 대규모 시위인 '우산 혁명' 이후 시위대가 도심 도로를 점거한 적은 거의 없었다. 지난 9일에도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했다.

■미중 무역전쟁 놔관 우려
홍콩 문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분류하면서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이어서 미국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미중간 갈등이 격화되는 형국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홍콩 시위 후 브리핑에서 "홍콩 정부의 법안에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일국양제가 계속 침해당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이 오랫동안 확립해온 특수 지위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일국양제는 하나의 국가이지만 두 개의 다른 체제로 운영되는 것으로 1997년 홍콩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말한다.

이에 중국 관영 언론인 글로벌타임스는 홍콩 대규모 시위에 대해 "외국 세력, 특히 미국의 개입이 없었다면 홍콩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그런 심각한 공격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국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홍콩에 대한 정책에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독립적인 사법제도가 홍콩의 강점인데 중국이 홍콩에 대한 억압을 강화하자 홍콩 우대 정책을 재검토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미국 의회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일국양제 아래에서 홍콩을 중국과 별개의 국가로 분류하고 관세부과나 제재 면에서 홍콩에 대해 탄력적으로 대응해왔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국의 홍콩 대우도 점점 강화돼 홍콩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기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고 닫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