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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기관들, 헤지펀드 공동투자 유망… 전략적 투자해야"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21

수정 2019.06.12 17:21

소피아 박 뮬렌 엔트러스트글로벌 CIO(최고운용책임자)
펀드보다 운용·성과보수 낮고 사모운용사 개별투자 건에 투자
新투자전략으로 해외기관서 각광
[인터뷰]

"한국의 기관투자자들도 외국계 기관처럼 다양하고 글로벌한 투자기회를 가져야 한다."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인 엔트러스트글로벌의 소피아 박 뮬렌 최고운용책임자(CIO·사진)는 12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엔트러스트글로벌은 40년 이상 대안투자를 전문으로 운용해온 헤지펀드다. 세계적 운용사인 레그메이슨이 모회사이며 헤지펀드 공동투자 전략, 선박·항공기 같은 글로벌 운송업에 특화한 사모대출(Private Debt)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헤지펀드 공동투자, 전략적 강점 많아

뮬렌 CIO는 "한국 기관투자자들은 국내 투자 비중이 높은 반면 캐나다연금은 투자 포트폴리오 가운데 절반을 해외에 투자한다. 홍콩 헤드쿼터에만 130명의 전문인력이 상주할 정도"라며 "그간 기관투자자들이 해외로 진출할 때 딜 소싱이나 운용에 자신이 없어 펀드에 투자해왔으나 이제는 연기금들도 각종 딜에 공동투자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상 미국보다 한국 기관의 투자전략이 5~10년 후행하는데 남들이 다 한 다음 나서면 타이밍이 늦다"며 "적극적으로 좋은 투자기회나 물건이 있을 때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뮬렌 CIO는 "헤지펀드 공동투자가 유망하다"고 조언했다. 헤지펀드 공동투자(CO-GP)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운용사가 직접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대신 사모운용사와 공동으로 특정 비상장증권이나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기존 펀드 투자보다 운용 및 성과 보수가 낮고, 가장 유망해 보이는 딜만 골라서 투자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이 높다. 실제 이 같은 공동투자법을 헤지펀드에 적용, 개별투자 건에 공동으로 투자하는 새로운 전략이 최근 해외 기관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뮬렌 CIO는 "헤지펀드 공동투자는 하나의 펀드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최고의 아이디어에 접근할 수 있다. 재간접 헤지펀드 대비 낮은 보수도 매력"이라며 "최근 대형 재간접 헤지펀드운용사들이 헤지펀드 매니저들과 공동투자하는 펀드를 내놓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대형 기관들도 출자를 통해 투자위험을 줄이는 한편 내부 투자역량을 강화 중"이라고 말했다.

투자대상을 공개해 투명성이 높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엔트러스트글로벌은 지난 2010년부터 헤지펀드 공동투자를 위한 투자대상을 160개 다양한 운용사에서 제안받고 있으며, 공동투자의 기대수익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韓행동주의, 기업에 맞는 접근 필요

뮬렌 CIO는 "최근처럼 변동성 큰 장세에선 롱숏과 같은 단기 베팅 전략상품의 성과가 저조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런 국면에선 기업의 특수한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엔트러스트글로벌은 2~3년 이상 중장기적 시각으로 대내외적 변동성을 고려치 않고, 오직 기업의 본질에만 주목해 성과가 좋다"며 "일례로 경영권 분쟁, 인수합병(M&A) 등 기업의 특수한 상황을 포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 발걸음을 뗀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에 대해서도 긍정적 판단을 내놨다. 특히 오너가와 대립적 관계를 갖는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에 비해 한국 행동주의 펀드들은 국가, 기업적 특성, 재벌의 생리, 주주관계 등을 이해하고 있어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행동주의도 기업이나 상황에 맞는 접근방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뮬렌 CIO는 "한국·일본 등 아시아 기업의 정서상 적대적 행동주의 펀드보다는 기업의 사정을 알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협조적 행동주의가 자본시장 발전에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다"며 "다만 행동주의도 단기투자를 지양하고, 최소 3년의 사이클로 지켜봐야 한다.
기관들 역시 이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여성으로 월가의 큰손으로 성공한 배경에 대해 뮬렌 CIO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리더십'을 꼽았다.
그는 기업구조조정 및 파산·청산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엔트러스트글로벌에 합류, 지금은 10조원 가까운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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