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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은 李총재 금리인하 타이밍 놓치지 않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7:17

수정 2019.06.12 17:17

"상황 변화에 적절히 대응"
미·중 마찰에 전세계 긴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12일 한은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는 주목할 만한 변화다. 여태껏 이 총재는 금리인하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지난 5월 31일 금통위 회의가 끝난 뒤에도 이 총재는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불과 열이틀 만에 이 총재가 방향을 틀었다.
나라 안팎의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앞서 지난 7일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당초 예상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방 위험이 장기화할 소지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윤 수석의 판단과 일맥상통한다.

이 총재의 상황 인식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는 한국에 완화적 통화정책을 권했다. 지난달 OECD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4%로 낮추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같은 국내 연구기관들도 줄곧 금리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간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7일 "통화정책의 과도한 경직성 등이 경기회복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 경제는 내우외환에 빠졌다. 안을 보면 올 1·4분기 성장률은 전분기와 비교할 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수출은 지지부진하고, 그 탓에 4월 경상수지도 적자를 기록했다. 밖을 보면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라면 세계 반도체 경기는 당초 기대와 달리 하반기에도 살아날 것 같지 않다. 수출의 22%를 반도체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가 거대한 암초를 만난 셈이다. 따라서 정부는 재정(추경)을 풀고, 한은은 금리를 내리는 응급처방이 시급하다. 국회도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만큼은 민생 차원에서 서둘러 처리하길 바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맞서는 투사의 모습에서 한발 물러섰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한 콘퍼런스에서 미·중 통상마찰이 "미국 경제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그 영향권 아래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그중에서도 최전선에 위치한다.
이 총재가 금리인하 타이밍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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