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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인하로 입장 변화...배경은 뭘까?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2 14:24

수정 2019.06.12 17:48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우려가 가장 커
시점적으로 미 연준 금리인하 시사로 고민 덜어
변수, 이달 말 무역협상 결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사실상의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지난달 31일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인하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언급한 지 불과 12일 만에 입장변화가 감지됐다.

표면적으로는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경기의 부진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봤을 때는 이달 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실제 금리를 내리거나 통화정책 완화적으로 선회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4·4분기 중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본다. 다만 이달 말에 있는 미·중 무역협상이 결렬되는 등 대외여건이 추가로 악화된다면 올 3·4분기 중에도 인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 금리인하로 입장 변화...배경은 뭘까?

■높아진 금리인하 기대감
이 총재는 한은 창립 제69주년 기념사에서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통화정책은)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미·중 무역분쟁 격화 △주력 산업인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 대외 요인 악화가 국내 경기 부진으로 전이되는 모습이 나타나자 금리인하 카드를 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는 기준 금리 인하 기대가 좀 더 구체화될 것"이라며 "기존 4·4분기 로 전망하던 올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3·4분기로 조정한다"고 전했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금리인하에 선을 그어왔던 한은이 태도를 바꾼 것은 경기 요인도 있지만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돌아선 흐름에서 찾을 수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미 연준과 유럽중앙은행(ECB)도 비둘기 기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선회 중이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한은의 통화정책 변경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 그동안 한은이 금리인하에 주저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현재 75bp(1bp=0.01%포인트)인 미 연준과의 금리 역전 폭이었다. 금리 역전 폭이 추가 확대될 경우 나타날 외국인 자금이탈과 이에 의한 금융시장 불안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실제 미 연준이 금리를 내리게 된다면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는 줄게 되고 금리인하에 대한 한은의 부담도 줄게 된다.

이 총재도 기념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관련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한은, 금리인하로 입장 변화...배경은 뭘까?

■무역협상, 금리인하 변수로 부상
한은 통화정책 방향이 더 명확해지는 시점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다.

G20 회의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이 있을 예정이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한은 금리인하의 시점은 뒤로 밀릴 수 있다. 무역협상 타결이 글로벌 경기 반등 신호로 작용하면서 하반기 국내 경기도 반등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한은은 금리인하 시점을 미루면서 경기 흐름을 더 지켜볼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반대의 상황이다. 미·중 협상이 무산되면 금리인하의 시점은 시장의 전망처럼 올 3·4분기가 될 수도 있다. 아울러 경가 상황에 따라 올 4·4분기 중에 추가 인하하는 등 연내 2차례 금리인하도 예상된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도 4월까지만 하더라도 국제기구에서도 다들 낙관적으로 봤지만 지난달 들어 틀어졌다.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변수는 있다.
6월달 정상회담도 있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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