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수면위 드러난 '허블레아니 참상'…사고책임 수사 속도낼까

뉴스1

입력 2019.06.12 06:01

수정 2019.06.12 06:01

1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인양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바지선에 실려 정밀 수색 및 감식을 위해 체펠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11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인양된 유람선 '허블레아니호'가 바지선에 실려 정밀 수색 및 감식을 위해 체펠섬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6.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낸 크루즈 유람선 '바이킹시긴호'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북부지역 비셰그라드에 정박해 있다. 2019.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낸 크루즈 유람선 '바이킹시긴호'가 10일 오후(현지시간) 헝가리 북부지역 비셰그라드에 정박해 있다. 2019.6.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헝가리 경찰, 운행 계속 중인 바이킹 시긴 추가조사
유람선 인양 완료로 사고원인 정밀감식 결과에 주목

(서울, 부다페스트=뉴스1) 김도용 기자,이철 기자 =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침몰했던 유람선 '허블레아니호'를 사고 발생 13일 만에 인양에 성공하면서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가해 선박 '바이킹 시긴호' 선장과 선사 측이 좀처럼 입을 열지 않으며 사고원인을 둘러싼 헝가리 경찰 수사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부실 수사 의혹까지 더해지는 상황에서 '허블레아니호'라는 가장 중요한 물적 증거를 확보한 헝가리 수사당국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달 29일 밤 9시5분쯤(이하 현지시간) 다뉴브 강 머르기트 다리 인근에서 크루즈선 바이킹 시긴호가 뒤에서 들이받아 침몰했던 허블레아니호가 13일 만인 11일 드디어 인양됐다.

실종자 8명 가운데 인양 과정에서 헝가리 선장과 한국인 실종자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신원 확인 결과 50대와 30대 여성, 6세 여자 어린이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실종자는 한국인 4명으로 줄었다.

현재까지 22명의 사망자를 낸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헝가리 수사당국 발표와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수사는 사고를 낸 선장 1명만 보석 조건부로 구속된 이후 진전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헝가리 측은 바이킹 시긴호 선장인 유리.C(64·우크라이나)에 대해 과실치사와 항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에서는 유리 선장에 대해 엄한 처벌을 요구하며 뺑소니 혐의와 사고 직후 크루즈 선원들의 구조미흡 여부에 대한 수사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유리 선장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한 뒤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수사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리 선장은 지난달 30일 검찰에 체포된 뒤 변호인을 통해 "지난 44년간 사고 경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헝가리 메트로폴리탄 검찰청은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유리 선장은 지난 4월1일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유람선과 유조선 충돌 사고 때 유람선을 몰았으며 이번 유람선 추돌 후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모두 삭제했다"며 증거 인멸 정황을 공개했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진 하루 뒤인 7일 헝가리 매체 오리고는 유리 선장의 변호를 맡았던 가보르 엘료, 토트 벌라주 변호사가 돌연 사임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서는 선장의 증거 인멸 정황과 과거 사고 기록 등이 밝혀져 점점 불리해지자 변호사들이 사임한 것으로 추측했다. 헝가리 법원이 유리 선장의 보석을 인정할 것인지도 관심이다.

한편 사고 발생 후 하루 만에 바이킹 시긴호가 출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확한 사고 원인 조사와 증거 확보를 위해 배를 억류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여기에 바이킹 시긴호를 보유하고 바이킹 크루즈사와 헝가리 정부와의 유착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일부 헝가리 언론은 "바이킹 시긴호를 보유한 바이킹 크루즈와 헝가리 정부와 관광청이 공동 설립한 머허르트 패스네이브가 다뉴브강 핵심 선착장 70여곳을 보유했다"면서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현재 바이킹 시긴호는 추돌 과정에서 선수에 생겼던 사고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린 뒤 지난 3일부터 상업운행을 재개하고 있다. 헝가리 매체 나피에 따르면 독일의 파사우에서 출항한 바이킹 시긴호는 린츠, 크렘스, 빈(이상 오스트리아), 브라티슬라바(슬로바키아)를 거친 뒤 헝가리 비셰그라드에 지난 10일 정박해 있다.

헝가리와 한국 언론에서 잇달에 부실 수사와 유착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의식한 듯 헝가리 경찰은 지난 10일 홈페이지에서 66명의 증인을 비롯해 230명을 심문했고 16대의 폐쇄회로(CC)TV, 일반인들에게 요청해 받은 영상과 카메라 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항해 전문가 등을 비롯해 바이킹 시긴호에서 4896장의 사진을 촬영했고 8시간 동안 수사에 필요한 약 2테라바이트(TB)의 파일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같은날 헝가리 경찰은 비셰그라드에 정박한 바이킹 시긴호를 찾아가 추가 조사를 벌였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 대해 "더 많은 증거를 찾고 사고 당시 정황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헝가리 측은 인양한 허블레아니호를 바지선 위에 고정한 뒤 선박을 남쪽으로 40㎞ 정도 떨어진 체펠섬으로 옮겨 정밀 수색과 감식을 벌이고 있다. 집중감식을 통해 사고원인에 대한 책임을 규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갈 크리스토프 헝가리 경찰청 대변인은 "기술 전문가와 검사가 합동으로 선박을 감식한다"며 "바이킹 시긴호에 대한 자세한 수사 내용도 추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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