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조문단 파견땐 꼬인 남북-북미 대화 '실마리' [이희호 여사 별세]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1 18:00

수정 2019.06.11 20:05

李여사, 북한땅 처음 밟은 영부인
김정일 사망때도 조문 위해 방북
빈소에서 만난 이해찬-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연세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빈소에서 만난 이해찬-황교안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1일 오전 서울 연세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0일 밤 타계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장례식에 북한 조문단의 참석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이 여사는 분단 이후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한 김 전 대통령의 부인으로, 분단 이후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대통령 부인이다. 이 여사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시 조문을 위해 방북한 바 있어 이번에 북한에서 조문단이 올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특히 북 조문단이 올 경우 대화가 중단되다시피 한 남북이 다시 교류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北 조문단 파견 시 관계 개선 시그널

11일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조문단의 방남 가능성에 대해 "김대중 대통령 서거 당시 북한 조문단이 온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런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까지 북측에서 특별한 연락이 없었으며, 예단해서 말하기는 어렵다"며 "유가족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통일부에 따르면 장례위원회 요청으로 이 여사 부음을 이날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2009년 8월 18일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에는 북측이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유족에게 조전을 보냈다. 이후 팩스로 아태평화재단에 연락을 취해 방남 의사를 처음 전달했다. 정부 지원 아래 북측 조문단의 방남 승인 등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법적 절차가 진행됐고, 조문단의 국내일정도 정부가 지원했다.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실장, 맹경일 아태위 참사 등 6명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위임에 따른 특사 조의방문단'이라는 이름으로 고려항공 직항편으로 장례 나흘째인 21일 김포공항에 도착해 조문했다. 조문단은 당초 1박2일 머물 예정이었으나 뒤늦게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이 결정되면서 총 2박3일 머문 뒤 출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기 때도 조전을 보낸 바 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5년에 즈음해 이희호 여사와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족의 화해와 단합, 나라의 통일을 위해 기울인 노력과 공적을 잊지 않을 것이며, 그가 남긴 업적은 후세에 길이 전해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서는 현재까지 이 여사 별세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이 여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평생을 평화통일과 인류애 고취 등을 위해 헌신했다. 분단 이후 북한을 방문한 최초의 대통령 부인이다. 김 전 대통령 서거 이후인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방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바 있어 북측이 조문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

■북·미 대화 재개 모멘텀 확보되나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이나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등이 조문단 대표로 파견된다면 김 위원장의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확인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북 간 대화는 단절되다시피 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4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북측에서 호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을 즈음해 북한의 조문단과 문 대통령의 면담이 성사될 경우 얼어붙은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한 모멘텀이 확보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이희호 여사가 전직 대통령이 아니고,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북유럽 순방 중이기 때문에 북한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고위급 대표단을 보낼 가능성이 있다"며 "만약 북한이 조문단을 보내지 않고 단순히 김정은 위원장 명의의 조전만 보낸다면 김 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급속하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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