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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일자리 영국에서 EU로 엑소더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11 14:21

수정 2019.06.11 14:21


Britain's Prime Minister Theresa May talks at London Tech Week in London, Monday, June 10, 2019. Nominations close Monday in the Brexit-dominated race to become Britain's next prime minister, a contest that will be decided by lawmakers and members of the governing Conservative Party. (Alex Lentati/P
Britain's Prime Minister Theresa May talks at London Tech Week in London, Monday, June 10, 2019. Nominations close Monday in the Brexit-dominated race to become Britain's next prime minister, a contest that will be decided by lawmakers and members of the governing Conservative Party. (Alex Lentati/Pool Photo via AP)
대책없는 혼돈의 연속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과 EU 나머지 27개국의 명암을 뚜렷하게 가르고 있다. 영국 경제는 2·4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 반면 EU는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자본과 일자리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오는 10월말로 늦춰진 3번째 브렉시트 마감시한을 앞두고 영국 지도부 혼란까지 더해지면서 명암차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영, 2분기 마이너스 예고
10일(현지시간) CNN머니,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의 4월 국내총생산(GDP)은 시장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마이너스(-) 0.4% 성장세를 기록했다. 자동차 생산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 위축이 2012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영국 분기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영국 국가통계국(ONS) 발표에 따르면 또 3월 영국 경제성장률 역시 -0.1%를 기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 루스 그레고리는 "분명한 메시지는 성장세가 상당히 둔화됐다는 것"이라면서 2·4분기 영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6년 6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에 걸친 혼란은 제조업에 가장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영국 수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EU와 무역협정이 어떤 내용을 담을지, 협정을 맺을 수는 있을지 모든 게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제조업 생산은 4월 전월비 3.9% 감소했고, 특히 자동차 생산은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폭인 24% 급감했다.

당초 브렉시트 마감시한인 3월 29일을 앞두고 제조업체들이 재고확충에 나서면서 생산을 늘렸던데 따른 반작용까지 더해진 결과다. 오는 10월 31일 브렉시트 마감시한을 앞두고 이같은 재고확충과 이후 생산 급감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크게 높아져 경제적 고통은 지속될 전망이다.냇웨스트마켓츠의 데스크전략 책임자 제임스 매코믹은 영국 경제가 점점 취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브렉시트 혼돈 지속
브렉시트 혼란은 가중되는 모습이다. 테리사 메이 총리가 14일 물러나고, 새 총리가 뽑힐 때까지 임시로 총리직을 수행하게 된다. 총리 후보들은 대부분 브렉시트 강경론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달 말 유럽의회 선거에서 브렉시트 강경파가 압승을 거둔 뒤 앞다퉈 선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인 보리스 존슨 전 외교장관은 대표적인 강경파 가운데 하나다. 그는 자신이 총리가 되면 메이 총리 합의안을 파기하고 EU와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영국이 EU를 탈퇴할 때 내기로 했던 390억파운드 위자료도 내지 않겠다고 존슨은 주장하고 있다. EU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아무런 협정도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도 강행해야 한다는 것이 존슨의 지론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의회가 이미 이를 막는 법안을 가결한 상태이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이다.

다만 총리가 누가 되든 혼돈은 이어질 전망이다.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거시분석팀은 10일 보고서에서 "대부분 총리 후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재협상과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브렉시트 찬반으로) 양극화된 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자신의 공약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며 이에따라 브렉시트 마감시한까지 혼란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돈·일자리는 영국에서 EU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체 분석결과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3년간 돈과 일자리는 영국에서 EU로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FT 산하 fDi 마켓츠 분석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올 1·4분기까지 3년간 영국을 제외한 EU 27개국에 대한 외국인 자본투자는 이전 3년에 비해 43% 급증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2370억달러에서 3400억달러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국내 외국인 투자는 30%, 금액으로는 360억달러 급감했다. 지난해 영국내 외국인 자본투자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3년간 투자는 850억달러에 그쳤다.

영국 기업들도 EU 투자를 확대했다. 일자리 흐름 역시 명암이 뚜렷했다.
지난 3년간 EU 27개국내 일자리는 120만개가 새로 만들어졌다. 이전 3년에 비해 47만4000개 더 많은 규모다.
이 가운데 5만3000개는 영국 기업들이 EU 투자를 확대하면서 만들어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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