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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고유정 檢 송치 임박…남은 퍼즐 조각은

뉴스1

입력 2019.06.11 07:00

수정 2019.06.11 09:31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제주동부경찰서 제공)2019.6.1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10일 제주동부경찰서는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로 추정되는 일부 물품을 환불하고 있는 모습이 찍힌 CCTV영상을 공개했다. 경찰에 따르면 환불 물품은 표백제, 락스, 테이프 3개, 드라이버 공구세트, 청소용품 등으로 같은달 22일 구입한 물품의 일부다.(제주동부경찰서 제공)2019.6.10/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범행동기 베일에…고유정, ‘정당방위’ 우발적 범행 고수
경찰, 가정사 문제 추론...피해자 혈흔서 수면제 검출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홍수영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에 대한 검찰 송치가 임박한 가운데 경찰이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초동수사부터 사건 대응에 부실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경찰은 피의자 고유정(36)이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사건의 사연과 잔혹성 등으로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범행 수법과 범행동기 등 사건을 둘러싼 의문들이 해소되기보다 더욱 미궁에 빠지는 듯 했다.

실제 피의자 고유정이 긴급체포된 지난 1일 이후 열흘이 지났지만 구체적인 범행동기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고유정이 전 남편을 살해했을 뿐만 아니라 시신을 훼손해 유기하는 엽기적인 범행을 해야 할 만큼의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지난 1일 긴급체포된 고유정은 경찰 조사에서 "전 남편 A씨(36)가 성폭행하려고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며 정당방위였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왔다.

경찰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고유정의 이같은 주장이 논리적으로 맞지않은 허위 진술로 판단했다.

범행 전 흉기는 물론 시신을 은폐하고 유기하려는 용도의 도구를 구입한 점 등 대부분의 증거가 계획범행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고유정은 전 남편을 살해한 후 그의 휴대전화로 자신에게 "그런 행동을 해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수사에 혼선을 줬다.

하지만 이 문자메시지는 결과적으로 고유정의 진술이 거짓이고 범행을 은폐하려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했다.

고유정은 문자메시지를 조작한 건 인정했으나 범행동기는 일관되게 우발적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과 얼굴 공개 이후 식사량이 줄고 잠을 설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범행동기에서만큼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경찰은 고유정이 결혼과 이혼, 재혼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가정사 문제가 범행을 저지른 원인이라 보고있다.

주변 지인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고유정과 A씨는 같은 대학교에 다니며 연인사이로 발전해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족들은 고유정의 폭력적인 성향 등으로 2년 전 이혼했다고 주장한다. 다만 고유정은 정신병력이나 폭력 전과는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고씨와 A씨는 이혼한 후에도 둘 사이에 낳은 아들의 양육문제를 둘러싸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육권이 있는 고씨가 A씨와 아들의 만남을 막자 A씨가 법원에 면접교섭 재판을 신청해 2년만에 만나기로 한 날이 바로 범행 당일인 5월25일이었다.

지난 3월에는 고유정의 의붓아들(4)이 자는 도중 의문사하기도 했다.

◇피해자 혈흔서 수면제 검출…범행 수법 '수면 위로'

또 다른 의문인 공범 여부와 범행수법 등은 피해자 혈흔에서 수면제 일종인 졸피뎀이 검출돼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신장 160㎝에 체중 50㎏ 정도로 왜소한 체격의 고유정이 180㎝, 80㎏ 상당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A씨를 제압하기 물리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대체적이었다.

또한 범행 전 고유정이 스마트폰으로 니코틴 치사량을 검색한 사실도 확인돼 공범이 있거나 약물을 이용했을 것이란 추측이 있어왔으나 1차 검사에서는 약물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은 1차 약독물 검사는 혈흔 채취량이 미미해 정확한 결과가 안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립과학수사원에 재차 약독물 정밀검사를 의뢰해 의미있는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결과로 고유정이 피해자에게 수면제를 먹여 잠든 틈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유정이 범행에 약물을 사용한 졸피뎀은 수면제의 일종이다. 클럽 등에서 술에 타서 여성에게 먹여 잠을 재워 범죄에 악용해 사회적 문제가 되는 약물이다.

고유정은 제주에 오기 하루 전인 지난달 17일 졸피뎀 성분이 든 수면제를 충북에 있는 한 병원에서 처방받아 인근 약국에서 구입했다.


고유정은 감기 등 증세로 약 처방받은 사실은 인정했으나 약 사용처나 잃어버린 경위는 설명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병원과 약국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고유정 사건을 종합적으로 브리핑한 후 12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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