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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 살해' 고유정, 완전범죄 노렸으나 미세혈흔에 '덜미'

뉴스1

입력 2019.06.10 11:59

수정 2019.06.10 11:59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A씨(36)를 만나기 3일 전인 5월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 한 마트를 찾아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구입했다. 사진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경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인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는 모습이 담긴 CCTV.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 피의자 고유정(36)이 범행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 A씨(36)를 만나기 3일 전인 5월22일 오후 11시쯤 제주시 한 마트를 찾아 범행에 사용한 도구들을 구입했다. 사진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경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범행도구인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는 모습이 담긴 CCTV.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9일 제주경찰은 고유정 사건 피해자인 전 남편 시신이 담긴 봉투가 경기 소재 폐기물업체와 인천 재활용 업체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해 수색한 결과 인천에서 A씨 뼛조각으로 보이는 물체를 수습하고 국립과학수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5일 제주경찰이 인천 소재 재활용업체에서 고유정 사건 피해자 전 남편 시신을 수색하는 모습. (제주경찰 제공) 2019.6.9/뉴스1 © News1 고동명


경찰도 혀 내두른 잔혹·치밀한 범죄계획
표백제로 청소했지만 혈흔 흔적 완전히 못지워

(제주=뉴스1) 고동명 기자 =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으로 사건해결에서 과학수사와 CCTV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산전수전 다겪은 경찰들까지도 혀를 내두를 정도로 범행이 잔혹하고 치밀하다고 입을 모은다.

피의자 고유정(36)은 체포된 이후 꾸준하게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고 있지만 계획범행이라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18일 제주에 온 고유정은 범행 사흘전인 같은달 22일 도내 한 마트에서 흉기 1점과 표백제, 고무장갑, 청소도구 등을 다량 구입했다. 시신 훼손에 쓰인 도구도 충북 청주에서 가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사전에 니코틴 치사량과 시신 유기 수법까지 스마트폰으로 검색했고 아들과 함께 전 남편 A씨(36)를 만나기로 한 장소는 인적이 드물고 출입문에는 모형 CCTV가 달린 펜션을 택했다.

고유정은 5월25일 A씨를 살해한 뒤 27일 펜션을 떠날 때까지 시신을 훼손해 상자 등에 나눠 담은 후 28일 제주~완도행 여객선 해상서 일부를 유기했다.

남은 시신은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 아파트로 가져가 또 다른 도구로 2차 훼손해 쓰레기 수거 분리장에 버렸다.

경찰은 고씨가 시신을 이처럼 나눠버린 것도 흔적을 없애기 위한 계획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장은 "피의자는 완전범죄를 꿈꿔 시신과 범행도구를 김포로 옮겼다"며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눈에 안보이는 미세혈흔, 살인사건 결정적 단서

그러나 고씨는 과학수사와 도내에만 수천여 개에 달하는 CCTV의 위력을 간과했다.

고유정은 A씨를 살해한 후 1차로 시신을 훼손한 펜션에서의 범행 흔적을 미리 준비한 표백제와 청소도구로 말끔히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펜션주인이 이상한 점을 전혀 눈치 챌 수 없을만큼 완벽했다고 한다.

경찰이 현장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아 펜션주인이 또 한번 청소를 한 탓에 경찰이 약독물 검사를 하려고 펜션을 찾았을 때에는 눈에 보이는 혈흔이 없어 채취에 애를 먹어야 했다.

혈흔 흔적이 워낙 미세해 전문감식요원이 아닌 일반인은 인식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나마 피해자 차량에 있던 이불에 혈흔이 발견돼 약독물 검사를 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루미놀 검사가 등장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루미놀은 혈액과 반응하면 파란색 빛을 낸다.

실종 신고 후 A씨를 수색하던 경찰은 사건이 일어난 펜션에서 루미놀 검사를 통해 거실과 욕실, 부엌 등에 다량의 혈흔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또 현장에 흩뿌려진 혈흔의 형태를 통해 범행 당시 상황을 추정하는 혈흔 형태 분석검사도 진행 중이다.

혈흔 형태 분석을 통해 처음 흉기를 휘두른 장소는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의 움직임과 방향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다시말해 지워진 혈흔으로 사건 현장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에도 CCTV는 피의자 고유정의 검거와 동선을 파악하는데 일등공신이었다.

고유정이 묵은 펜션 출입문에는 모형 CCTV만 있었다. 고유정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했다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펜션에 CCTV가 없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고유정은 펜션에서 약 30m 떨어진 주택에 방범 CCTV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유족이 찾아낸 이 CCTV는 고유정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


고유정이 사건 전후로 마트에서 범행도구를 사는 장면은 물론 선박과 아파트에서 시신을 유기하는 모습도 CCTV에 포착됐고 결국 그가 꿈꿨던 완전범행은 수포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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