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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시간 1㎞ 가는데 30분..교통지옥 위례, 손놓은 지자체들[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9 18:26

수정 2019.06.10 09:28

김관웅 부동산선임기자 행정 사각지대 위례신도시를 가다
자꾸 늦어지는 대중교통망
올해 개통하기로 했던 우남역 아직 토지보상도 안들어가..트램길은 비용분석에 미뤄져
형편없는 도로 시설..장지교사거리∼위례신도시  4만여가구가 1개 차로 이용
3개 지자체 모두 방관
송파구·성남시·하남시 걸쳐있어 오히려 행정 손길 닿지 않아
교통환경 수년째 악화되자 외식 줄어 지역상권도 점점 붕괴
출근시간 1㎞ 가는데 30분..교통지옥 위례, 손놓은 지자체들[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위례신도시 주요 교통시설 추진 현황 ※( )안은 주민부담금 자료:서울시 등
위례신도시 주요 교통시설 추진 현황 ※( )안은 주민부담금 자료:서울시 등


"올해 개통하기로 한 지하철 8호선 우남역은 아직 토지보상도 안들어갔고, 2024년 개통하기로 한 위례신사선은 착공은커녕 사업자 선정조차 미루고 있습니다. 2021년 개통될 예정이던 트램길은 이미 다 조성해놓고도 BC(비용편익분석) 타령으로 미루더니 이제 와서야 다시 해보겠다고 하네요. 도로망은 말하면 더 하품이 나옵니다. 아침에 장지역까지 버스 타고 가는데 30분도 더 걸려요. 위례신도시를 잇는 도로망을 조성하지 않아 버스도 승용차도 모두 하나의 도로로 몰리니…. 여기 정말 상상을 초월해요." 위례신도시 내 트랜짓몰에서 만난 한 중개업자는 위례신도시의 현재 상황에 대해 묻자 이 같은 얘기들을 쉼없이 쏟아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동남부의 위례신도시는 서울 송파구에 걸쳐 있는 사실상 최고의 입지를 자랑하고 있지만 주택업계에서는 '신도시의 사생아'로 불리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성남시, 하남시 등 3개 지자체에 걸쳐 조성되면서 각 지자체들이 어느 곳에서도 행정의 손길이 닿지 않고 있어서다. 계획된 철도망, 도로망과 대중교통망이 계속 지연되고 있어도 어느 지자체도 문제 제기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주민들은 지적하고 있다.


■출입구부터 시작해 연결 도로 전무

위례신도시에서 삼성역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한다는 한 직장인은 "탄천 하나만 건너면 바로 삼성역인데 탄천 앞 숯내교까지 나오는 데만 최소한 30분, 어떤 때는 1시간이 더 걸린 적도 있다"고 했다.

실제 아침 출근시간인 오전 6시30분을 넘어서면 위례중앙로에서 장지교사거리까지 도로는 그냥 주차장으로 변한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권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위례중앙로를 통해 장지교사거리로 나가야 하는데 위례중앙로에서 장지역으로 가는 편도 3차로 외에는 우회할 수 있는 도로도 없어 모든 차량이 다 이곳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버스 이용자들은 힘들게 장지교사거리를 지나와도 장지역 버스승강장이 너무 짧아 장지교사거리를 빠져나와도 내리지 못하고 짧은 승하차장을 이용하기 위해 십여분씩 서있기도 한다.

위례신도시 송파꿈에그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장지역까지는 불과 1㎞ 정도밖에 안되는 거리인데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 30분이 더 걸리기도 한다"면서 "차라리 걸어가는 게 빨라 날씨가 풀린 봄부터는 장지역까지 그냥 걸어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주 아침 출근시간에 직접 찾아간 위례신도시 장지교사거리에는 위례신도시에서 쏟아져 나오는 차량과 외곽순환도로에서 합류하는 차량까지 겹쳐지면서 정말 아수라장을 방불케했다.

위례신도시에서 장지교사거리로 나가려는 차량들이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임에도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다.
위례신도시에서 장지교사거리로 나가려는 차량들이 출근시간이 지난 오전 11시임에도 길게 줄지어 늘어서 있다.

■4만가구 차량이 편도 1개 차로 이용

아침 출근시간 동안 한바탕 전쟁을 치른 후에도 이곳은 들고나는 차량으로 종일 번잡스럽다. 장지교사거리에서 위례신도시 방향의 차선은 편도 3차로지만 위례신도시를 연결하는 차로는 달랑 1개 차선이다. 이 1개 차로로 위례신도시 4만여가구의 차량이 오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위례신도시 내 한 중개업자는 "위례신도시와 서울을 연결하는 공사 대부분이 중단됐거나 예정보다 훨씬 늦어진 게 가장 큰 이유"라며 "제2양재대로 신설, 헌릉로-삼성로 연결 사업 등은 아예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위례신도시 교통개선을 위한 주요도로 개설 또는 확포장 사업은 예정된 굵직한 사업만 해도 10개가 넘는다. 그렇지만 대부분 사업이 취소되었거나 위례신도시 주민이 아닌 다른 곳에 사용됐거나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표적인 게 헌릉로-삼성로 연결사업이다. 이 사업은 1900억원을 투입해 헌릉IC에서 대모산터널을 거쳐 서울 강남구 개포3·4단지 삼거리가 있는 삼성로까지 총 3.7㎞를 4차로로 연결하는 사업이지만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제2양재대로 신설도 아예 사업이 추진되지 않고 있다. 이 사업은 총 3200억원을 투입해 서울 강남구 자곡동(문정로)에서 과천시 문원동(과천대로)을 잇는 12.17㎞ 구간을 왕복 4~6차로로 잇는 것이지만 과천시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재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은 이 사업을 위해 이미 750억원을 지불한 상태다.

■철도망 늦어지면서 도로교통 최악

위례신도시가 이같이 '교통 섬'처럼 변한 것은 무엇보다 예정된 철도망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지 않아서다. 대표적인 게 위례신사선과 위례선이다. 위례신사선은 2024년 개통될 예정이었지만 현재 착공은커녕 사업자 선정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에야 민자사업을 위한 3자지정공고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지금부터 아무리 사업에 속도를 내도 2028년 개통도 장담하기 힘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2021년 개통 예정인 위례선도 마찬가지다. 위례신도시 내에 이미 부지까지 다 확보하고 있어 노선만 깔고 트램을 운행하면 될 사업임에도 사업 진도는 제로다. 위례신도시 주민은 전체 사업비 1800억원 중 1080억원을 이미 부담한 상태다.

올 연말 개통 예정이던 지하철 8호선 신설역은 아직 보상조차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뒤늦게 수용 절차를 밟고 있지만 해당 토지주가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 사업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도시 주민들은 위례신사선과 위례선을 떠나 지하철 8호선 위례역 신설역만 제대로 생겼어도 위례신도시가 이처럼 교통지옥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버스는 위례 내 서울지역만 돌아

위례신도시 주민들을 더 좌절시키는 것은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하남시로 나뉜 행정체제다. 위례신도시가 3개 지자체에 걸쳐 있다 보니 버스노선 하나 신설하기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서울시는 시내혼잡 등을 우려해 노선 신설 등에 더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버스인 362번이나 3012번 등은 장지역에서 위례신도시로 들어오지만 서울 시계에 있는 일부 단지만 돌고 다시 서울로 나가버린다. 또 각 지자체 소속 버스들은 해당 지역 위주로 운행을 한다. 그동안 직장인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던 서울 광화문과 위례신도시를 잇는 광역버스도 최근에야 개통된 것만 보더라도 이를 단적으로 나타내준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위례중앙역푸르지오 인근 한 중개업자는 "3개 지자체가 버스체계만 협조가 돼도 위례신도시 교통이 이처럼 기형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특별구역으로 지정해 광역교통대책을 수립하든지, 아니면 지자체 간 협조체제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별도의 기구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외식인구 줄면서 지역상권 붕괴

위례신도시의 교통환경이 수년째 좀체 나아지지 않으면서 위례신도시의 중심 상권인 트랜짓몰은 무너져내리고 있다. 총길이 1.3㎞에 달하는 트랜짓몰은 유럽식 외관과 넓은 가로로 인해 향후 명소가 될 것을 예상해 많은 사람들이 영업을 시작했지만 외부 유입인구는커녕 위례신도시 내부 수요까지 감소하면서 망하고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일대 한 상인은 "외부에서 이곳으로 들어와 식사를 하는 손님들은 아예 없다고 봐야 하고, 위례신도시 사람들도 출퇴근이 워낙 힘들다 보니 저녁을 직장 근처에서 해결하고 오는 사람들도 많아 외식인구도 줄어든다는 얘기도 들었다"며 "나중에 트램이 다니는 유럽식 스트리트 상가가 될 것으로 생각해 미리 이곳으로 옮겨와 장사를 하고 있는데 손님들이 너무 없어, 접고 떠나야 하는지 매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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