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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호주 등 통화완화 선회… 금리인하 고민 깊은 한은 [기로에 선 통화정책]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9 17:32

수정 2019.06.09 17:32

무역전쟁 충격 통화정책으로 대응
0%대 물가 등 지표도 인하에 무게
美 연준 금리인하땐 한은도 ‘결단’
美·EU·호주 등 통화완화 선회… 금리인하 고민 깊은 한은 [기로에 선 통화정책]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하반기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높아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을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같은 글로벌 분위기 속에서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남은 금리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는 총 4회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중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금리가 하락해 기준금리와 역전 폭이 확대 중인 흐름도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기대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조건이 맞아야 한다. 물론 국내 경제지표는 이미 인하를 지지하고 있다. 0%대로 둔화된 물가 상황과 지난 1·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 기록 등이 대표적인 지표다. 따라서 대외환경까지 금리인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면 한은의 인하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실제 대외환경은 한은에 금리인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된 이후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완화적으로 바뀌고 있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4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낮췄다. 호주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는 3년 만에 처음이며, 이미 역대 최저 수준이었던 금리를 더 낮춘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과 유럽중앙은행(ECB)도 비둘기 기조(완화적 통화정책 선호)로 선회 중이다.

지난 4일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시카고에서 열린 통화정책 콘퍼런스 연설에서 "최근 고조되는 무역분쟁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현재의 강한 고용시장과 균형 잡힌 2% 인플레이션 목표 아래 경기 확장세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시사다.

ECB도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처럼 주요국들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한은도 부담을 덜고 금리인하에 나설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특히 미 연준의 금리인하가 현실화될 경우 한·금리 역전에 의한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가 크게 줄게 된다. 그동안 한은이 금리인하에 주저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현재 75bp(1bp=0.01%포인트)인 미 연준과의 금리 역전 폭이 추가 확대될 경우 나타날 외국인 자금이탈과 이에 의한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이었다.

다만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로 부담을 던 것은 맞지만 한은이 선제적으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 등이 움직이는 것을 기다릴 가능성이 더 높다. '상저하고' 경기 전망이 아직은 유효하다고 보는 만큼 하반기 글로벌 경기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이달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회담이다.
양국 정상 간의 만남에서 무역협상이 타결된다면 한은 금리인하의 시점은 상당기간 뒤로 밀릴 수가 있다. 반대로 협상이 무산되면 금리인하의 시점 올 3·4분기로 당겨지는 것은 물론이고 연내 추가인하 가능성도 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4·4분기 (한은의 금리) 인하를 전망한다"며 "이달 무역협상 결렬 또는 연준의 인하 시그널(신호) 제시 등 대외여건에 따라 인하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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