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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고래싸움에 등터진 소형크레인…공급과잉 희생양되나

뉴스1

입력 2019.06.09 06:30

수정 2019.06.09 06:30

4일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 민주노총과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소형크레인 사용중단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2019.06.0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4일부산 수영구 광안리의 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에 민주노총과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 소속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소형크레인 사용중단과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타워크레인 점거 농성을 하고 있다. 2019.06.0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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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 총파업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총파업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6.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동자 총파업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총파업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6.3/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크레인파업 後]①대형 타워크레인 신규면허 3년간 282% 급증
'공급과잉'에 싸움 격화…"노·노 경쟁→비노조 밀어내기"

(서울=뉴스1) 서영빈 기자 = 지난 4일 발생한 타워크레인 총파업은 소형크레인의 안전 문제가 아닌 3톤이상 대형타워크레인 신규 면허자가 2016년 크레인노조 총파업 이후 급등한 것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됐다.

대형면허 공급과잉이 양대노조 간의 일자리 경쟁을 초래했고 양대노총은 결국 합심해 비노조 소형크레인 기사를 희생양 삼아 파업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대형 크레인의 공급과잉을 외면한채 애먼 소형크레인만 규제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9일 통계청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3톤 이상 대형 크레인을 운전할 수 있는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증'의 신규 취득자는 1009명으로 3년 전인 2015년 314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자격증 취득은 2016년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2010~2015년 연 143~373명 사이에 머물렀던 타워크레인운전기능사 자격증 시험 최종 합격자 수는 2016년 690명으로 전년대비 119.7% 증가했다.

2017년에는 1357명으로 전년 대비 96.7% 급증하며 사상 최대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건설경기 하락의 영향으로 합격자수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00명 이상을 기록했다. 2016~2018년 3년간의 신규 합격자를 모두 더하면 2013~2015년 합격자보다 28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2016~2018년에 나타난 대형 크레인 기사 급증의 원인은 크게 건설호황과 월례비 인상의 영향으로 분석됐다.

2016년 크레인노조 총파업으로 대형 크레인 기사에 대한 월례비가 급상승하면서 크레인 기사가 고연봉 직업으로 인식되자 크레인 기사 자격시험에 사람들이 몰렸다. 여기에 2016~2017년 건설호황까지 겹치면서 크레인 기사는 꽤 괜찮은 밥벌이로 떠올랐다.

그러나 2018년부터 건설경기가 꺼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일감이 줄어드는 상황에 이미 불어나버린 크레인 기사들간 일자리 싸움이 심해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도별 건설기성액(건설부문·불변가격·계절조정) 전년비 증감률은 2010~2015년동안 -7.4~14.5% 사이를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2016년 25.2%, 2017년 19.3%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건설기성 증감율은 2018년에 -3.6%로 급격히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2019년은 1분기에 전년동월대비 -6.2%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한국노총 전국건설노조 관계자는 "2016년부터 크레인 기사 봉급이 확 올라서 먹고 살만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되니까 그쪽으로 많이 몰렸다"며 "2015~2017년 이때가 일이 많았고 취업도 잘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금은 일자리가 많이 줄어드니까 갈 데가 없어진 것"이라며 "노조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도 현장 하나 끝나고 다른 현장으로 움직이려면 3~4개월은 놀더라. 그러니 서로 일하고 싶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월례비가 인상되고 건설경기가 호황일 때 크레인 기사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대형 면허 취득자도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 건설경기가 꺼졌는데 크레인 기사는 여전히 많으니 임금이 낮아지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형 크레인 기사의 급증이 양대노총 기사들 간의 일자리 싸움을 부채질했고, 결국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형 크레인 기사들의 몫을 노리는 방향으로 전개됐다고 설명한다.

강병근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양대노조가 이권다툼을 하다가 비노조에게 화살이 향했다고 볼 수 있다"며 "우리끼리 먹고살기 힘든데 왜 소형이 끼어드냐, 소형(크레인)이 없으면 그나마 우리가 나눌 파이가 커진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안전대책을 마련해서 2018년엔 크레인 사망사고가 0건이었다"며 "안전을 위한다는 노조의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러 명분을 대지만 결국 자기 몫을 차지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동운동이 노동자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데 노조원 지키는 싸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양대노조의 총파업 요구에 따라 사실상 소형 크레인 기사 신규등록을 억제하는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 3톤 이상 대형 크레인 기사는 대부분 양대노조에 가입돼 있고 3톤 미만 소형 크레인 기사는 대부분 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다.

안 교수는 "노조가 자기 일자리가 없어지니까 소형 크레인을 반대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라며 "대형 크레인에도 기술자 같지 않은 기술자와 정체불명의 개조 크레인들이 많다.
정부가 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뭐가 옳으냐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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