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경기 '악화일변도'‥과잉경쟁에 노조 단체행동 강화 조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9 10:29 수정 : 2019.06.09 10:29

[노동계 집단 행동, 이대로 괜찮나] (중)

건설노조 서울·경기지부 조합원들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결의 대회를 갖고 포괄 근로계약 지침 폐지, 서울시 발주 공사 주휴수당 지급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뉴스1

전국의 건설현장을 '올스톱'하게 했던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타워크레인 파업'이 일단락됐지만, 건설노조 과격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줄지 않고 있다. 건설경기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얼어 붙은 건설 경기로 인해 건설시장 규모는 줄어들고, 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현장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반면, 건설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감은 부족하지만 종사자들이 늘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건설업 노동조합의 과격한 움직임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양대노총 소속 노조 간의 대립 상황이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종사자 늘고, 일감은 줄고
9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 수가 지난해 200만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갱신했다. 하지만 건설경기는 근로자 수 증가를 좀처럼 따라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내 건설경기를 수치로 보여주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지난 달 63.0을 기록했다. 전월 대비 25.6포인트 하락한 수준으로, 최근 5년 6개월 내 최저다. 완공 이후에도 분양되지 못한 미분양 주택도 꾸준히 늘어 지난 3월 기준 6만2000호를 돌파했는데, 이 역시 2013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감을 따내기 위한 근로자들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개포8단지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벌어진 다툼이 대표적이다.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 김모씨가 재건축 현장에서 "우리 조합원을 고용하라"며 벌인 고공농성은 한국노총·민노총 조합원 수백명의 몸싸움으로 이어졌고, 1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노동계에선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한 노조의 단체행동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개포8단지에서 벌어진 노조 간 대립 사태가 한 번의 헤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 건설업계의 만성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노조 관계자는 "노조들의 시위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이 존재하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면서도 "그럼에도 투쟁을 이어가는 것은 업계 불황,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건설업 종사자들이 살 길이 좁아졌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4일 제주시 노형동 드림타워 복합리조트 공사장 타워크레인에 '불법 소형 타워크레인 규격 제정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 사진=뉴스1

■전망은 더 '캄캄'‥정부 대책 '무소용'?
문제는 앞으로의 건설업계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19년 건설투자 감소세는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홍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17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건설수주 불황이 2019년까지 이어져 최근 5년 이내 최저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이는 민간의 주택 수주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데다 사회간접자본의 완충역할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올해 국내 건설수주는 전년대비 6.2% 감소한 135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6년부터 이어진 건설수주 감소가 올해에도 이어져 악화 일변도의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때문에 건설업계를 둘러싼 노사 혹은 양대노총 간의 갈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 채용절차법 개정안 적용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지만, 역부족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설경기는 좋지 않은데 건설업 종사자 수는 늘어 치열한 파이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물론, 하청업체와 근로자 모두에게 지금과 같은 상황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 회복이 바로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보다 강력한 대안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네이버채널안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광고 닫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