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경찰, 2013년 1월 김학의동영상 확보 시도…내사보고 안해"

뉴스1

입력 2019.06.05 00:05

수정 2019.06.05 09:37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4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6.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여환섭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장이 4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지방검찰청 대회의실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사법연수원 14기)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9.6.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2007년 12월 촬영…김학의 맞지만 여성은 특정 안돼
경찰, 1월부터 동영상 추적했지만 靑엔 '존재 가능성'만 보고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손인해 기자 =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등에 대해 수사한 검찰 수사단이 4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른바 '김학의 동영상'의 유출 경로와 경찰의 추적 상황이 확인됐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에 따르면, 해당 동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2007년 12월21일이고, 촬영 장소는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강원 원주 별장이다. 윤씨가 촬영한 이 동영상에는 김 전 차관이 속옷만 입은 채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부르다 뒷모습만 보이던 한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김 전 차관은 그간 해당 동영상에 대해 부인해 왔지만, 수사단은 이날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 맞다고 밝혔다.
다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은 특정하지 못했다.

윤씨는 해당 동영상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측근 컴퓨터에 백업 보관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 동영상은 지난 2012년 12월 윤씨와 내연 관계에 있던 권모씨가 돈 문제로 고소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세상에 나오게 된다.

당시 서울에서 대형 어학원을 운영하던 권씨는 윤씨에게 빌려간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권씨는 원주 별장에 채권최고액 15억원의 근저당권을 몰래 설정했고, 이에 윤씨는 2012년 10월 권씨를 압박하기 위해 자신의 부인에게 권씨를 간통죄로 고소하게 시켰다.

그러자 권씨는 같은해 11월 윤씨에게 수차례 성폭행을 하고 약 20억원 상당을 뜯겼다며 윤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맞고소했다. 윤씨가 빚을 갚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약물을 먹여 강간하고 성관계 동영상을 찍어 이를 유포하겠다며 협박했다는 취지였다고 한다. 이로 인해 윤씨는 2012년 12월 중순 경찰에 체포됐다.

이에 권씨는 윤씨가 타고 다니던 자신 명의 벤츠 승용차를 찾아달라고 지인인 박모씨에게 부탁했고, 벤츠를 찾은 박씨가 트렁크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하는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발견하게 된다. 이 동영상은 CD에 담겨 있었다. 윤씨가 휴대전화로 촬영한 뒤 측근이 백업 보관하고 있던 동영상을 윤씨가 2012년 10월8일 CD에 저장한 것이었다. 박씨는 동영상을 재차 휴대전화로 찍어 권씨에게 보냈고, 그러면서 '김학의 동영상'은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권씨는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하다고 판단, 지인으로부터 당시 경기경찰청장이던 이철규 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소개받아 도움을 청한다. 이 과정에서 권씨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김학의 동영상'을 이 의원에게 보여준 뒤 2013년 1월1일쯤 지인을 통해 USB에 담은 '김학의 동영상'을 이 의원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그간 경찰이 공식적으로 입수했다고 밝힌 2013년 3월쯤보다 이른 시점에 이 의원이 동영상의 존재를 확인한 정황은 드러났지만, 이 의원이 이를 경찰이나 정치권에 알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의원은 수사단의 서면조사에도 불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지난 2013년 3월 초 경찰 고위 간부를 통해 동영상 CD·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과정을 종합해 보면 경찰은 김 전 차관의 내정일인 2013년 3월13일 이전에 동영상의 존재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수사단에 따르면 경찰이 동영상 확보를 시도한 시점은 2013년 1월이다.

경찰청 범죄정보과 A팀장은 1월15일쯤 직속 상사로부터 지시를 받고 박씨를 찾아가 동영상을 관해 캐물었지만, 박씨는 동영상을 경찰에 전달하지 않았다고 한다. A팀장은 2013년 2월말쯤 권씨에게 통화를 하기도 하고, 동영상의 존재를 알고 있는 다른 여성에게 연락을 취한 정황도 확인됐다.

A팀장은 2013년 3월1일 또는 2일쯤 권씨를 만나 별장 성접대 동영상을 직접 확인한다. 이후 A팀장은 3월 4∼8일 3회에 걸쳐 권씨로부터 동영상 내용이 포함된 34장 분량의 피해 상황 진술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사실상 내사가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경찰은 청와대에 3월초부터 김 전 차관 내정 발표 전까지 수차례 구두 또는 서면으로 '동영상을 확보한 사실이 없고 현재 내사나 수사 단계는 아니다'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수사단은 당시 경찰이 언제든 동영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태였다고 판단했다.

이세민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은 내정 발표 전부터 청와대에 동영상 관련 보고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3월5일 구두로 보고했다는 내용이 담긴 이 전 기획관의 업무일지도 수사단에 제출됐다. 하지만 대통령기록관 압수수색 결과 보고 내용이나 기록이 담긴 자료는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내정 발표일인 3월13일에도 '동영상이 있을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를 했다고 한다.
곽 의원 등이 경찰이 허위 보고를 했다고 문제삼는 지점이다.

수사단 관계자는 "내정 발표 당일 경찰은 동영상을 갖고 들어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며 "부실한 보고가 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2013년 3월1일쯤 김 전 차관 범죄 혐의를 내사하던 경찰을 질책하는 등 방법으로 외압을 가해 수사를 방해한 의혹으로 수사가 권고됐던 곽 의원과 이 전 비서관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됐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