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창업

[인터뷰]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 "제2 벤처 붐 확산 위해 벤처투자촉진법 빨리 통과돼야"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3 18:22

수정 2019.06.03 18:22

경제 규모 대비 벤처 투자액 적어..벤처캐피털 독립된 산업 규정해야
연기금 등 다양한 자금 유입 가능
사진=박범준 기자
사진=박범준 기자

"기존 산업이 한계를 겪고 있는 지금,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처투자를 봐야 한다. 미래에 우리 경제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산업도 벤처가 뒷받침이 돼야 싹을 틔울 수 있다."

지난 5월 31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정성인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장(사진)의 주장이다. 서울 서초대로 벤처캐피탈협회에서 만난 정 회장은 "지금 벤처에 투자되는 자금은 단순히 창업기업을 늘리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의 50~100년 뒤 미래 산업을 위한 밑거름"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네이버 한 기업만 해도 기업가치가 30조~40조원이 된다. 네이버 하나 키워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그 당시 벤처투자의 역할을 다 한 것"이라며 "여기에 통신,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현재 우리나라를 먹여 살리고 있는 산업 대부분이 20여년 전 벤처기업이 싹을 틔운 분야"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벤처열풍이 불기 전인 1981년부터 업계에 입문한, 국내 '벤처캐피탈리스트 1세대'이다. 40년 가까이 벤처캐피털(VC) 한 우물을 판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에게 최근 불고 있는 '제2벤처 붐'은 어떻게 느껴질까.

정 회장은 "최근 벤처투자 규모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경제 규모에 비해서는 많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당시의 벤처기업 사이즈에 비해 투입된 자금은 꽤 컸다. 정부 자금이 1조~2조원, 민간에서 2조~3조원이 투입됐고 전체 시장에서 돌았던 벤처투자금은 10조원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벤처투자 규모는 3조4000억원, 누적 투자금액은 10조~20조원 규모로 20여년 전과 비교해 크게 성장하지 못했다"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바이오, 온오프라인연계형(O2O) 등 업종별 두께도 두터워졌고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는데도 상대적으로 투입 자금은 부족한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정 회장은 벤처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벤처투자촉진법(벤촉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벤촉법은 한국벤처투자조합과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으로 이원화된 벤처캐피털 관련 제도를 하나로 통합한 법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벤처캐피털산업이 단순히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도구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국회가 공전하며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정 회장은 "벤처캐피털을 하나의 산업으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벤촉법은 정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법이 통과되면 연기금이나 공제회 등 다양한 자금들이 벤처캐피털시장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내에 통과가 유력한 벤촉법 이후의 과제는 무엇일까. 정성인 회장은 '스케일업 펀드'를 꼽는다. 그는 "요즘 들어 벤처기업에 대한 인식이 정부에서나 사회적으로나 정상화됐다"며 "벤처는 기존 산업을 대체하는 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스케일업 펀드를 주도하려고 하지만, '민간중심 스케일업 펀드'를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경력 38년의 베테랑이지만, 협회장으로서 힘든 점도 토로했다. 정 회장은 "비즈니스를 하면 목적이 명확하다. 돈을 버는 것이다"이라며 "그런데 협회는 업계와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다 보니, 당장 답이 있지도 않고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고 결과도 오래 걸린다"고 100일 동안의 소회를 전했다.

벤처캐피탈협회장의 임기는 2년, 연임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성인 회장은 2년 동안 세대 교체를 준비하겠다고 공언했다.
정 회장은 "2년 뒤 나는 우리 세대의 마지막 협회장이 될 것"이라며 "업계에 더 많은 플레이어들을 참여시키고 젊은 후배들을 업계에 관여시키는 게 내 임기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벤처는 변화와 혁신이다.
벤처업계와 마찬가지로 벤처캐피탈업계도 보다 젊고 활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젊은 후배들이 업계와 협회를 끌고 나갈 수 있게 하는 게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