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 "혐오 지옥" vs. "동성애 속지말자"… 관용 사라진'불통광장'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6.02 17:28

수정 2019.06.02 17:28

성소수자 위한 집회 인근에서 천부인권 주장 반대 집회 열려
비방 구호 등 외치며 거리행진..광화문선 태극기집회까지 진행
상호 존중 문화적 역량 아쉬움
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1일 오후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뉴시스

같은 날 서울시청 인근에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퀴어축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같은 날 서울시청 인근에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퀴어축제와 동성애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뉴시스

"소통의 광장이 어쩌다가 불통의 자리로 매김했는지..."

주말인 지난 1일 서울시청 앞 광장과 인근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성소수자축제)와 이를 반대하는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회원들이 연 러플페스티벌 등의 행사가 열렸다. 같은 시간대 광화문 광장에서는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대한애국당원 집회 등으로 인파가 몰렸다.
이들 각 단체는 광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으나 상대방에 대한 똘레랑스(관용·이해)는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광장'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장소이지만, 이전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충고했다.

■불통 공간으로 자리매김?

이날 많은 행사 중 가장 핵심은 20회를 맞이한 '서울퀴어문화축제'였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 80여개의 부스를 설치하고 행사를 시작했다.

강명진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올해 20회를 맞이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우리 삶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성소수자를 가시화했다"며 "축제에 반발심을 갖는 분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조화를 이루고 함께 사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축제 취지를 전했다.

축제에는 다양한 인파가 몰렸다. 2000년 50여명 참여로 시작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매해 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는 조직위 추산 7만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축제의 사회자는 "여러분이 계시는 이 광장 안은 사랑이 넘치는 천국이다. 저 광장 밖으로는 혐오가 넘치는 지옥이다"며 "사랑 천국, 혐오 지옥"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반면 서울광장 인근 세종대로에는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러브플러스페스티벌'이 열렸다. 700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향해 북을 치고 "천부인권을 위장하는 동성애 속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성명서를 통해 "동성애자들을 인격체로 존중하지만 퀴어축제로 인해 건전한 성 관념이 무너지고 있다"며 "비정상적인 것 보다는 정상적인 것이 나음을 보여주기 위해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표현의 자유 존중 문화 함께 이뤄야"

행사의 정점인 가두행진은 이날 오후 4시께 진행됐다. 서울광장의 남동쪽 게이트를 통해 시작된 퀴어퍼레이드 행진은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을 지나 종각역을 거쳐 광화문광장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 서울광장으로 돌아왔다.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는 오후 3시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와 대한애국당의 가두행진이 진행됐고 이어 오후 3시 30분께 '러플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행진이 진행됐다.

경찰은 이들 4개 단체의 집회와 관련, 120개 중대 약 1만명의 경력을 배치하는 등 질서유지에 총력전을 펼쳤다.


이와 관련, 이재열 서울대 교수는 "광장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장소지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원칙과 조건에 따라 사용해야 한다"며 "우리 사회는 아직 합의와 타협의 절차가 바로 서지 않아 작은 갈등에도 요동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을 잘 조정하고 풀어내는 사회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는 "오히려 각각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개진되는 것은 민주사회가 잘 돌아간다는 증거"라면서 "다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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