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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 카드 아끼는 한은… 美·中 무역전쟁 악화땐 꺼낼까[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1 17:19

수정 2019.05.31 17:19

지금 내리면 경기침체땐 속수무책..외국인자금 이탈·美 금리차도 부담
이달말 트럼프·시진핑 회동에 주목..협상 결과 나쁠땐 금리인하 불가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5월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금리인하 카드 아끼는 한은… 美·中 무역전쟁 악화땐 꺼낼까[기준금리 6개월째 동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소수의견이 나왔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경기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물가에 대해서도 하방위험이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경제 상황 전반으로 금리인하의 필요성이 점쳐지고 있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5월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하 기대심리 차단에 주력했다.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고민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은의 고민은 부족한 통화정책 여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저 기준금리가 1.25%인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할 수 있는 금리인하는 0.25%포인트씩 2회가 전부다.

■부족한 '정책여력'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한은은 당분간 통화정책에서 '인내심'을 가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은의 고민은 '정책여력'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여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경기 부진에 대응해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가능한 정책여력이 0.25%포인트씩 2회 정도다. 단순히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이후 침체가 현실화됐을 때, 사용할 정책카드가 없다.

여기에 금리를 인하했을 때 나타나는 외국인 자금 이탈과 같은 부작용도 생각해봐야 한다. 아직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한은만 금리인하에 나선다면 국내 투자된 외국인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금리 차이도 부담이다. 미 연준이 아직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양국 간의 금리 역전 폭(현재 0.75%포인트)이 추가로 확대된다.

따라서 한은은 미·중 무역협상의 흐름과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 등을 확인한 이후에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으로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글로벌 경기 부진이 확인되면 미국과 중국은 물론이고 주요국들이 금리인하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 한은도 선제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이 같은 흐름과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하반기 중 인하 전망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면 한은은 부담을 던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지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2회 금리인상에 나선 이유가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늘어난 가계부채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 총재는 간담회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보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사실이다. 가계부채 둔화에는 많은 정책 효과가 녹아있다"며 "다만 가계부채가 상당히 과다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6월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무역협상 결과에 주목한다.

협상의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하반기 중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본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등 주요 경제지표와 무역분쟁의 방향성 등이 확인된 이후에나 (통화정책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며 "과거 한은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미국 등 기타 주요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정책을 시행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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