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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헝가리 참사에 대통령도 오찬 취소했는데 술판 벌인 軍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31 15:29

수정 2019.05.31 19:55

이임하는 사령관 환송자리.. 영관급·국장급 군무원 36명 참석
"애도 분위기 속 신중치 못한 처신 송구"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로 한국인 7명이 사망하고 19명이 실종돼 국가적 슬픔에 빠진 날에 군 당국이 술판을 벌여 빈축을 사고 있다.

5월 31일 군 당국에 따르면 지난 30일 사이버작전사령부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헝가리 유람선 참사로 인해 예정돼 있던 청와대 오찬을 취소했음에도 사령관 이취임을 명분으로 회식을 강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은 사망자와 함께 실종자들의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아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장관을 현지에 급파하는 등 사고 수습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위가 위중함에도 군 당국은 이를 외면한 채 사령관 이취임식을 명분으로 국방부 근처에서 술판을 벌인 것이다. 군 당국 차원에서도 유람선 사고를 애도하고 행동을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사령관 주도로 술자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작전사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주변의 한 음식점에서 김종일 전 사이버작전사령관(소장) 주관으로 회식자리를 가졌다.


해당 식당 관계자는 "저녁에 사이버작전사령부 약 36명의 회식 자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회식 자리에는 영관급 장교와 과장급 군무원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식은 이임하는 김 소장을 환송하는 자리였다. 다음 날인 31일 오전 합참차장 주관으로 사이버작전사령관 이취임식이 거행됐고 김 소장 후임으로 천정수 신임 사령관이 사이버작전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김종일 前 사이버작전사령관
김종일 前 사이버작전사령관

사이버작전사의 상급 부대인 합참 측은 "상부의 공식적인 지침은 없었지만 국가적인 슬픔이 있으니 절제된 생활을 하자는 분위기"라며 "합참에서도 추가 구조인력과 긴급출동이 필요할 수 있으니 대비태세를 갖추고 준비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이버작전사의 술자리가 있던 30일에는 문 대통령이 예정돼 있던 청와대 오찬일정을 취소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긴박한 하루를 보냈다. 당초 문 대통령은 강원 고성 지역 산불 진화에 기여한 공무원과 '세계무역기구(WTO)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승소하는 등 성과를 낸 공무원 22명과 오찬을 가질 예정이었다.

'가용자원을 총동원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군에서도 해군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잠수사 1개팀(7명)을 헝가리 사고 현장에 급파했다. 여야 정치권도 우리 국민 사망소식에 애도를 표하면서 미리 잡혀있던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는 등 사실상 국가적 애도 분위기 속에서 대외 활동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사이버작전사 측은 "전역하는 사령관 주관으로 격려 회식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헝가리 유람선 사고와 관련해 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 있었던 것은 송구하다"고 밝혔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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