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외교기밀 유출 작심비판…공직사회·정치권에 '경고장'(종합)

뉴스1

입력 2019.05.29 18:45

수정 2019.05.29 18:45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5.2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2019년 을지태극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19.5.29/뉴스1


'원칙과 절차' 지켜지지 않은 데에 분노…'여론도 안좋게 봐' 판단도
외교장관, 굳은 얼굴로 경청…靑 "대통령, 정치권에 일침놓은 것"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한미정상 통화 유출 건'과 관련, 외교부를 비롯한 공직사회와 정치권을 향해 '작심발언'을 토해낸 것은 문 대통령이 모든 사안을 처리함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데 대한 분노이자 경고로 읽힌다.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원칙맨'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정부세종청사를 연결한 영상회의로 열린 을지태극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의 외교상 기밀이 유출되고 이를 정치권에서 정쟁의 소재로 이용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변명의 여지없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며 우선 국정 운영 책임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이번 일과 연계돼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도 "적어도 국가운영의 근본에 관한 문제만큼은 기본과 상식을 지켜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국가정상 간 통화 내용은 '3급 비밀'에 해당한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교후배이자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외교부 참사관 A씨로부터 들은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언론에 유출한 사건이 터진 후, 문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관련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한 부처(외교부)를 콕 집어 질타성 언급을 한 것도 이례적이다. 국회 파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여권이 협상을 벌여야 할 대상인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비판한 것도 주목된다.

이는 문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심각하고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가동시키며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 등을 추진해왔고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일이 비밀유출로 인한 국가신뢰 하락 등으로 이어진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 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기밀 유출사건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원칙에 대한 문제"라며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이번 사안을 '공직사회의 심각한 기강해이'로 인식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국무회의에는 각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다. 전(全) 부처에 '강력한 주의'를 주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이어지는 동안 '굳은 얼굴'로 이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외교부의 '구겨진 태극기' 사태 등 잇단 기강해이 논란에도 직접적인 언급을 아껴왔다.

또 산적한 국정현안 추진을 위해 정치권과의 협력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치권에서 '기본원칙에 대한 선'을 넘는다면 그에 따른 냉기류를 얼마든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발언에서 "당리당략을 국익과 국가안보에 앞세우는 정치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는 정치라야 국민과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란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관계자는 "이 자체(한미정상 통화)가 정쟁의 도구나 당리당략에 이용되어선 안되는 부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다만 "야당과 대화하려는 노력은 다각도로 하고 있다"며 정치권과의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는 건 원하지 않는단 뜻도 비쳤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뉴스1과 만나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에 대해 "그야말로 (야권에) 일침을 놓으신 게 아니겠나"라고 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알권리'를 앞세운 한국당의 이번 통화 유출 건에 대한 국민적 시각이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이날 힘주어 정치권을 겨냥한 데에는 이러한 판단에 따른 자신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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