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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놀자"… DJ 있는 음악카페 충주주민 '사랑방'으로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9 16:34

수정 2019.05.29 16:34

충주 자유·무학시장
고객센터 1층 무학카페·자유카페에선 저렴한 가격에 음료 판매… 놀이방도 있어
인근 중학교와 '시장체험' MOU 체결..지난 2017년부터 '누리야시장' 운영

【 충주(충북)=한영준 기자】 충북 충주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디제이(DJ)가 은퇴 후 충주 무학시장의 디제이로 복귀했다. 무학시장 고객지원센터 1층의 무학카페에 마련된 스튜디오에서 그는 디제이를 하며 나른한 시장의 오후를 책임진다. 스튜디오가 있는 무학카페는 2013년께 만들어졌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에 1000원, 충주에서 자란 과일을 넣은 생과일주스는 2500원. 카페 안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방까지 있어, 이곳은 어느새 '충주맘(Mom)'들의 사랑방이 됐다.

무학시장상인회 정경모 회장은 "한 잔에 1000원에 팔면, 하루에 30만원만 팔아도 300명이 왔다간 것"이라며 "20~40대 젊은 세대가 여가 시간에 시장에 많이 들려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시장 카페인데 어느덧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해주고 있어 시장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지역 인프라와 협업해 함께 성장"

충주 자유·무학시장도 다른 시장들처럼 인근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후 시장 상인들이 힘을 합쳐 다양한 사업을 진행했고 2010년대 중반부터 방문객과 매출이 크게 늘었다.

자유·무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 인프라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었다.

건국대학교 문헌정보학과 노영희 교수는 현재 충주자유무학시장 지역선도시장육성사업단장과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단장을 겸임하고 있다. 대학과 지역산업, 그리고 지역의 중심시장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노 교수는 "사업단만 있는 게 아니라 지역의 거점대학인 건국대 글로벌캠퍼스가 꾸준하게 자유·무학시장과 소통한다"며 "브랜드, 디자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컨설팅을 해주고 교수와 학생들도 시장에 직접 가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충주시 교육청과 지역 중학교 2곳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역의 중학생들은 모바일 QR코드를 이용해 시장 상인들과 미션을 수행하며 시장을 체험한다. 일종의 '자유·무학시장 런닝맨'을 하는 것. 무학시장의 한 상인은 "체험학습을 한 학생들이 나중에 부모님의 손을 잡고 다시 시장을 찾더라"고 말했다.

사업단이 최근 힘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반기문 브랜드' 만들기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자유·무학시장 인근에서 태어났다. 이에 시장 근처에는 '반선재'라는 이름의 반 전 사무총장의 생가가 지어져 있다. 반선재에서 자유·무학시장에 이르는 길에 안내판을 설치하고, 반선재와 무학시장 사이에는 관광객들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건립도 추진 중이다.

■"자생력 높이려는 상인들 의지 강해"

이렇게 쌓은 노하우로 시장 상인들이 원하는 것은 '시장의 자생력 강화'다.

민경석 팀장은 "대부분의 시장들은 사업을 할 땐 활성화 됐다가, 사업단이 나가고 나면 원상복귀돼 '도루묵'이 되곤 한다"며 "그러나 자유·무학시장의 상인분들은 그 어떤 시장보다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자유카페와 무학카페이다. 자유시장과 무학시장의 고객지원센터 1층에 고객쉼터로 설치된 두 카페는 전국에서 자생력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대부분 적자를 기록하며 수탁료(지방자치단체에 내는 임대료)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자유·무학카페는 다르다.

정경모 회장은 "확실히 시장과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하면서 카페 경쟁력도 살아났다"며 "작년에 부가세만 1000만원 가까이 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상대적으로 방문객 연령대가 높은 자유시장과 젊은 층이 많이 오는 무학시장의 카페는 각자 콘셉트를 달리 잡으며 '소비자 타켓팅'도 하고 있다.

자유·무학시장의 가장 큰 고민은 '먹거리'다. 정경모 회장은 "시장에 젊은 세대가 더 오려면 시장을 대표하는 젊은 먹거리가 살아나야 하는데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지난 2017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누리야시장'이 먹거리TF(태스크포스) 역할을 한다. 시장의 광장 역할을 하는 누리센터에 매년 4월부터 11월까지 금·토요일에 진행되는 야시장에는 15개의 매대를 설치해 다양한 음식들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신호는 긍정적이다. 시장에서 돈까스를 팔던 청년상인은 야시장에 참여하면서 시장의 새로운 맛집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반대로 야시장에서 분식 장사를 하던 청년상인 3명은 반응이 좋자 자유·무학시장에 상설매장을 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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