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89개 단체, '게임 질병코드' 반대…"게임을 현대판 마녀 취급"

뉴시스

입력 2019.05.29 16:32

수정 2019.05.29 16:32

'공동대책 준비위원회' 발대식…10대 활동 계획 발표 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보건복지위 위원장·국회의장 면담 추진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 추진…"게임 등 온라인상에서"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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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사회적 합의 없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강행 시 법적대응까지 검토하겠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공대위)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5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내용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ICD-11 발효 시점은 2022년 1월이다.

이에 반대하는 학회, 공공기관, 협단체, 대학 등 89개 단체가 모여 공대위를 발족하고, 향후 10대 활동 계획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이날 "사회적 합의 없는 KCD 도입 강행시 법적대응을 검토하겠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항의 방문, 보건복지위 위원장, 국회의장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게임질병코드 관련 국내외 공동 연구 추진 및 글로벌 학술 논쟁의 장 마련할 것"이라며 "게임질병코드 도입 전과 후에 대해 설명하는 'Before & After FAQ'을 제작해 배포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게임질병코드에 맞설 게임스파르타(파워블로거) 300인 조직과 범국민 게임 촛불운동을 시작하겠다"며 "촛불운동은 광화문광장 같은 오프라인이 아니라 게임 등 온라인상에서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촛불에 대해 "세대간 갈등이나 특정 정치적 색깔이 아닌, 새로운 문화·미디어·예술에 대한 기존 체제의 억압이나 탄압의 상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 달라"고 덧붙였다.

공대위는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게임 관련 범부처가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앞서 복지부도 6월중 관계부처,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민관협의체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공대위 상설 기구화, 게임질병코드 관련 모니터링팀 조직, 유튜브 크리에이터 연대 활동 강화, 범국민 청와대 국민청원 검토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공대위 관계자들은 검정색 복장으로 발대식에 참석해 '게임 자유 선언'과 '게임 질병코드 지정에 관한 애도사'를 읊었다.

공대위는 애도사를 통해 "이제 게임 뿐 아니라 인터넷, 유튜브, 영화, 만화에도 이러한 굴레를 씌우려고 시도할 지 모른다"며"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임요한, 장재호, 페이커 같은 선수들은 나타나지 않을지 모른다"고 호소했다.

또 "많은 사람이 한국에서는 왜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이 나오지 않냐.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개발하지 못하냐고 말할 때도 우리는 e스포츠 종주국이며 게임 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의 이 자부심은 과거의 영광이 될지 모른다"며 "게임을 게임으로 보는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임 자유 선언'을 통해서는 "게임이 지금 현대판 '마녀'가 되어가고 있다. 19세기에는 소설이 그 대상이었다. 20세기에는 TV였다. 21세기에는 젊은이들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새로운 악을 찾았고 낙인을 찍었으니 그것이 바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양방향 문화 매체인 게임은 이제 소설 속에서 상상해 왔던 현실을 가상으로 그려내고, 유저 모두가 연결돼 서로 소통하고 생각하며 공동의 과업을 달성하는 장이 됐다. 그러나 이러한 게임에, 게임을 조금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6C51' 이라는 코드명이 부여됐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끝으로 "게임은 소중한 문화이며, 4차산업혁명이라는 미래를 여는 창이며, 5000년 역사에서 한국이 자랑할 만한 혁신의 산물"이라며 "게임은 인공지능을 낳은 토대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에게 충격을 주었던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드 하사비스는 게임 개발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WHO의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국가가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근거로 삼고 있다. 각국은 2022년부터 WHO의 권고사항에 따라 새 질병코드 정책을 도입해 시행하게 된다. 단, 권고사항이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ICD-10를 한국 진료상황에 맞게 변형시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7)를 사용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험금 청구, 보험사의 질환코드 관리, 사망통계 작성 등이 모두 KCD-7 분류 체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 KDC-7은 2015년 9월 고시됐고, 2016년 1월 1일부터 사용되고 있다.


단, WHO의 ICD-11은 2022년 1월 발효 예정이므로 우리나라 KCD에는 빨라도 2026년에 반영 가능하다.

이에 발맞춰 복지부는 국내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대응방향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6월중 민관협의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불참 의사를 보이면서,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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