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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검찰과오 밝히고 사과·재수사 '성과'…징계는 '0'

뉴스1

입력 2019.05.29 14:43

수정 2019.05.29 15:14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해 11월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형제복지원 피해자 증언을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장자연·김학의·남산 3억원 재수사 계기 마련
징계·처벌 '불가능'…강제수사권 없어 한계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검찰권 남용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가 29일 1년5개월여에 걸친 활동을 마무리했다.

발족 당시 과오에 대한 진상규명 및 시정조치를 통해 국가기관인 검찰에 자정능력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합격점을 주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과거사위는 2017년 12월 발족한 뒤 4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하면서 총 17건을 들여다봤다. 이중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을 비롯해 장자연 리스트 사건, 남산 3억원 사건에 관한 재수사에 불을 댕기는 계기를 만들었다.


과거사위의 수사권고로 꾸려진 검찰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을 구속수사하고 있다. 2013년 3월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만에 구속된 것이다. 그는 2013년과 2014년 수사 당시엔 검찰에 소환되지 않거나 비공개로 소환돼 조사를 받은 뒤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선 수사단 권고로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고, 조씨는 현재 장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09년 당시 검·경의 부실수사 및 조선일보의 수사외압 의혹도 확인했다.

과거사위가 '부실수사'로 결론짓고 수사를 권고한 남산 3억원 사건 역시 현재 검찰에서 재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사건은 신한금융 측이 2008년 이상득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 측에 3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다.

과거사위는 또 부실수사와 인권침해 같은 과오에 대한 검찰의 사과를 이끌어냈다.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경우 당시 검찰수사가 정권 안정을 고려한 졸속·부실수사였다고 결론을 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조사가 진행되던 지난해 3월 고(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를 찾아 고문치사사건을 직접 사과했다.

문 총장은 또 과거사위 권고 이후 지난해 11월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80년대 장애인, 고아 등 3000여명을 상대로 강제노역과 학대를 일삼는 과정에서 513명이 숨진 비극이다. 과거사위는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밖에도 각 사건을 야기한 제도적 미비점을 찾아내 법령 개정, 제정을 권고하기도 했다.

검찰의 과오가 밝혀져 일부 사건은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검찰권 남용이나 부실수사에 대한 징계나 처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사징계법상 징계는 사유가 있는 날로부터 3년 내에 이뤄져야 하는데 조사 대상이 된 사건들은 모두 3년이 지났기 때문이다. 직권남용 공소시효도 7년에 불과해 형사처벌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장자연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는 2009년 장씨의 술접대 및 성접대 강요 의혹에 관한 수사가 부실했다고 보고, 증거들이 의도적으로 은폐됐을 가능성까지 의심했지만 '수사기관의 증거은폐 등 법 왜곡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라고 권고하는 데 그쳤다.

압수수색, 강제소환 등 강제수사권이 없어 수사 개시에 이를 만큼 충분한 진술이나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도 있었다.

김 전 차관 사건의 경우 과거사위가 수사를 권고해 수사단까지 꾸려졌지만 수사단이 과거사위로부터 건네 받은 결정적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과거사위는 수사권고 대상이 된 김 전 차관이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불러 진술을 듣지도 못했다.

장자연 사건에선 사건의 본질이었던 '리스트'의 존재 여부를 밝히지 못한 채 내분만 남겼다.
법무부 산하의 과거사위는 조사대상 사건을 선정하고, 대검찰청 산하의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실시해 보고하면, 다시 과거사위가 이를 바탕으로 수사권고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조사단은 '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했지만 과거사위는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과거사위 발표 이후 조사단은 공개적으로 과거사위 결정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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