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권력감시 위해 만든 국수본… 독립성 담보 없인 '靑의 칼' 될라

이병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42

수정 2019.05.27 17:42

경찰 비대화 막고 신뢰도 회복.. 구체적 지시 안받는 수사조직.. 자치경찰과 수사영역 겹치기도
정치권 "대통령에 본부장 인사권.. 권력서 자유로울 수 없다" 비판
권력감시 위해 만든 국수본… 독립성 담보 없인 '靑의 칼' 될라

경찰 조직의 비대화를 막고 수사경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국가수사본부'의 윤곽을 드러냈지만, 일각에서는 권력 집중을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가수사본부장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권력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또 자치경찰과 나눠가지게 될 수사 영역이 모호하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기존에도 고위직 경찰관은 대통령이 임명해 왔던 만큼,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국수본, '권력 감시' 가능하나?

27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발표된 당·정·청 경찰개혁안은 치안정감급인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해 경찰청 내 기존에 있던 수사조직을 지휘하도록 정했다.

기존에도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은 청장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해 왔다.
기존 인사 체계와 동일한 셈이다.

그러나 경찰 수사권의 수장이 같은 임명 방식을 거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경찰청장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치는 만큼, '독립 수사'와 '권력 감시'라는 제 역할에 충실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잘못하면 청와대의 지휘를 받는 괴물 수사기관이 탄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며 "검·경개혁의 핵심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경찰 측은 이에 대해 지나친 우려라는 입장이다. 검·경 수장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를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행정 심의·의결기구인 경찰위원회의 추천 등 다양한 인사안이 법안 통과 과정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스템의 한계는 분명한 만큼, 권력자의 의지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정치적 외압에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결국 인사 과정과 정권의 개혁의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사 영역 '교통정리'도 필요

수사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도 필요하다. 올해부터 시범 시행되는 자치경찰은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와 교통사고 조사를 맡게 될 예정이다.

국가수사본부는 강력범죄를 담당하게 되지만, 교통사고나 성폭력 내에서도 중대한 범죄로 분류되는 사건이 나올 경우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일선 경찰관은 "외사, 교통, 여성청소년 등의 수사를 어디가 맡아야 할 지에 대한 논의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안다"며 "특히 여성청소년 관련 범죄 등은 같은 사건을 두고 중복 지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 조직혁신업무 관계자는 "수사국이 아닌 다른 국에서 수사를 수행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해지지는 않았다"며 "자치경찰로 얼마나 수사범위가 넘어가게 되는지, 그 외의 수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향후 수사 경계가 분리되더라도, 특성이 모호하거나 성격이 변질되는 사건도 많기 때문에 자치경찰과 국가수사본부 간의 유기적인 수사 협조가 필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곽 교수는 "나중에 심각성이 드러나는 등, (수사 초반에는) 사건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있다"며 "강력범죄로 밝혀지는 경우 어느 시점에서 국가수사본부가 수사를 맡게 되는지 등의 논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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