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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우리가 지은 UAE 원전 운영권도 못 지키나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40

수정 2019.05.27 17:40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의 장기정비계약(LTMA) 입찰이 여러 분야로 쪼개지며 한국의 단독수주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UAE 원전 운영사인 나와가 한국에 유리한 경쟁입찰 대신 입찰에 참여한 한국·미국·영국 등 3개사에 하도급 형태로 물량을 나눠주는 방식을 검토하면서다. 이 방식이 확정되면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S 컨소시엄(팀코리아)은 당초 2조~3조원 규모를 일괄수주하려던 목표에 턱없이 미달하는 수천억원대 수주에 그치게 된다.

UAE 바라카 원전은 한국의 첫 원전 수출 사례다. 이에 따라 한국의 독점 운영권은 한때 떼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탈원전을 선언한 문재인정부 들어 그런 기대가 허물어지고 있다.
나와는 지난해 11월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운영·유지 계약을 하더니 이제 장기정비계약도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UAE 측이 한국의 운영 독점에 속속 제동을 거는 형국이다.

UAE 측을 탓하기에 앞서 그 빌미를 준 정부의 성찰이 절실하다. UAE는 바라카 원전을 자국 에너지안보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제주도 국제원전행사에서 빚어진 해프닝을 보라. UAE 원자력에너지공사 사장은 한국 원전의 기술력을 극구 칭송했지만, 정작 한수원 측은 2040년까지 총 16기 원전을 영구정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마당에 UAE인들 한국에 장기운영권을 통째로 맡길 마음이 생기겠나.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때도 추후 카자흐스탄 원전 건설 시 한국의 수주전 참여를 권유받았다.
그곳 최고 실권자가 한국의 UAE 원전 건설을 거론한 데서 보듯 그간 원전강국의 위상을 쌓아올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원전을 짓지 않는다면 설계·건설·운영 등 원전 생태계의 붕괴도 불문가지다.
그렇게 될 때 굳이 한국에 원전 건설을 맡기려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문재인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재생에너지와 차세대 원전이 병존하는, 더 현실적인 에너지전환 전략을 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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