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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라면서 '게임'만 질병인가…갈등의 불 지폈다

뉴스1

입력 2019.05.27 17:15

수정 2019.05.27 17:15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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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지정에 따라 민관협의체 구성…2026년 관리 전망
게임 업계는 강력 반발…부처 내 이견도 나와

(서울=뉴스1) 박상휘 기자 =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하면서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후속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물론,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어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중으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고 진단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민관협의체를 구성한다.

협의체는 관계부처와 법조계, 시민단체, 게임분야,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 등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이 협의체에서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를 비롯해 업계의 의견수렴까지 여러 의견이 총망라될 전망이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향후 일정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하고 준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관련 현황을 조사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다. 벌써부터 찬반양론이 뚜렷하다. KCD를 개정하기 위한 실태조사에서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료계와 교육계, 학부모 단체 등은 이번 조치를 통해 게임 중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본다.

정신의학계 관계자는 "게임을 적절하게 즐기는 것이 유해하다는 게 아니라 중독 증상을 보이는 경우 치료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번 질병코드 등재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게임 관련 88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는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며 반대 의견을 명확히 했다.

정부부처 내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지켜봐야 한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과몰입의 질병 규정에 반대해 왔다. 문체부는 지난달 WHO에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지정을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앞으로도 게임중독을 KCD 적용에 반대할 계획이지만 복지부는 WHO가 정한 사항을 회원국이 적용하지 않는 건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있다.

표준분류 세부 절차를 살펴보면, 정부는 우선 용어와 기준부터 정리한 뒤 재개정 필요성에 대한 연구용역 등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그룹 등과 함께 게임 중독의 정의와 개념 등을 정해야 한다. 또 이후 심의회를 구성, 각계의 의견수렴과 현장조사를 벌인다.

현장 및 실태조사에서는 유병률 등을 살펴보고 구체적 진단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마련된 초안을 가지고 정부는 다시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등 조정안을 도출해 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잠정안은 국가통계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련기관에 통보되고 최종의견 수렴을 거친 뒤 최종안으로 확정, 고시된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는 통계법에 의거 통계청(통계기준과)에서 관련 기관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고시되기 때문이다.

물론 국내에서 게임중독이 공식 질병으로 분류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현황 조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5년마다 개정하는 KCD에 게임을 포함하려면 내년은 촉박하다.
적어도 5년 주기 개정 시점인 2025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WHO에서 이번에 통과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도 2022년 1월에 발효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게임중독이 질병으로 분류되고 관리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26년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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