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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화웨이, 경쟁자이자 고객" 美-中 사이서 갈팡질팡 ['화웨이 사태' 복잡해진 셈법]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09

수정 2019.05.27 17:09

韓, 미국의 화웨이 제재에 동참땐 스마트폰 반사이익 가능하지만 메모리반도체 고객은 잃을 수도
양국 갈등 커질수록 타격 커
국내기업 "화웨이, 경쟁자이자 고객" 美-中 사이서 갈팡질팡 ['화웨이 사태' 복잡해진 셈법]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AP연합뉴스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제재 사태가 심화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전자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상태에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기업이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등에서 일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업체들은 섣불리 입장을 나타내기보다 실적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중 사이 '샌드위치' 신세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주요 국내 전기·전자 기업들이 미·중 무역분쟁과 화웨이 사태 대응방안 수립에 돌입했다. 국내 기업들은 화웨이와의 거래 문제가 아닌 사실상 세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샌드위치' 신세에 처해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에 대한 거래제재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중국 측에선 화웨이가 최근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만나 부품 공급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 중심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통상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지만 자칫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은 양국 가운데 한쪽만 선택해서 얻을 수 있는 보복조치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 경제적 보복조치를 실행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제2의 사드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철강제품처럼 관세 부과 등으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 문제이기도 하고 민감한 이슈이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수혜와 타격의 정도를 논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사이익보단 타격 우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상대인 화웨이 배제로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메모리반도체의 고객이기도 한 만큼 화웨이의 부진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매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해 사태가 심화될수록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4분기 매출(6조7700억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7%(3조1600억원)에 달했다. LG전자는 중국 비중이 크지 않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정 부분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주요 생산기지가 중국 현지에 있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전쟁 심화는 장기적으로 우려스러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디스플레이 업계도 시황 회복이 더딘 가운데 화웨이 봉쇄조치가 강화될수록 실적에 대한 부정적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와의 직접적인 거래량보다는 애플 스마트폰 수요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 걱정거리다. 미·중 무역갈등이 가열되면서 중국 내에서 애플 제품 수요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본토에서 애플 제품 판매를 금지할 경우 애플 실적이 2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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