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美, 트럼프·볼턴 '강온책'으로 北에 비핵화 다시 공 넘겨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7:03

수정 2019.05.27 17:03

美 대통령과 안보보좌관 의도된 '엇박자'?
변화 담보된 대화 아니면 강경책 메시지
北에 비핵화에 대한 공을 다시 넘긴 미국
北 볼턴에 "인간 오작품, 꺼져라" 맹비난
비핵화 진정성·의지 담은 대화 나설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으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강경책과 유화책을 함께 제시하며 북미대화 재개의 공을 또다시 북한을 넘겼다. 미국이 강온 양면 전략을 펴면서 북한은 어떤 선택지든 선(先) 행동을 요구받게 됐다.


현재 북미대화는 미국과 북한의 입장이 정면으로 배치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어느 한 쪽이 달라진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선 행동, 공을 넘기는 전략은 향후 비핵화 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초청으로 일본을 국빈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일인 26일 지난 4일과 9일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해 '작은 무기를 발사했다'고 의미를 제한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깨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지난 2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의 두 차례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위반하는 것으로 규정,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상반된 입장 표명이다. 즉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북한의 변화를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발언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같다. 미국은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에 나서지 않고, 미국의 비핵화 원칙인 '일괄적 비핵화·빅딜'이 없다면 대북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입장은 달라도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북한은 우선 직접적인 비판을 가한 볼턴 보좌관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27일 북한 외무성은 "우리 군대의 정상적인 군사훈련을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걸고 드는데 정도 이하로 무식하다"면서 그를 '대(對)조선 전쟁광신자'라고 비난했다.

외무성은 "무엇이든 발사하면 탄도를 그리며 날아가기 마련인데 사거리를 논하는 것이 아니라 탄도기술을 이용하는 발사 자체를 금지하라는 것은 자위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면서 "안보파괴보좌관, '인간 오작품' 볼턴은 하루 빨리 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를 위반, 제재를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맹비난하며 강경론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제 다른 선택지는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협상을 통해 비핵화에 나서는 정도다.

지난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협상이 이미 한 차례 결렬된 바 있기 때문에 현재 북한이 원하고 있는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영변핵시설 폐기 이상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안(案)이 마련돼야 한다.

물론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요구에 추가 도발을 하며 상황을 반전시키고 공을 미국에 맞받아 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연내'라는 시한부를 두며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넘어온 공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미지수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대북문제에 대해 철저한 역할 분담을 하고 있고, 엄밀한 시스템으로 정책을 펴는 미국에서 대통령과 안보보좌관 사이에 이런 엇박자가 나왔다는 것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의도됐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미국의 의도는 대화의 여지를 두지만 북한이 응하지 않을 경우 '볼턴식 강경 해법'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두 가지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면서 비핵화 움직임에 대한 공을 북한으로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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