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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A, 르노에 합병 제안...세계 3위 자동차 기업 탄생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7 15:55

수정 2019.05.27 15:55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회사 로고.로이터연합뉴스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회사 로고.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자동차 그룹 르노에게 공식적으로 합병을 제안했다. 두 기업이 더해질 경우 세계 3위 규모의 새로운 자동차 업체가 탄생할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FCA는 이날 성명에서 르노 측에 양사 합병안을 제안했다고 발표했다. 합병으로 새로 탄생하는 기업의 경영권은 FCA와 르노가 각각 50%씩 나눠가질 예정이며 르노측은 FCA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곧 이사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세계 3위 자동차 기업 탄생
FCA와 르노의 기업가치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모두 326억유로(약 43조2800억원) 에 달하며 양사는 지난해 870만대의 차량을 생산했다. 두 기업이 합병할 경우 이들의 생산량은 폭스바겐 그룹과 도요타에 이어 세계 3위가 된다.
FCA는 이번 합병으로 "폭넓고 상호보완적인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양사가 합병으로 구매와 연구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그 규모가 50억유로 이상이라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양사의 합병 배경으로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을 꼽았다. 두 기업은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의 수요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데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차 같은 각종 신기술 도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로 결정했다. 독일 메츨러 은행의 위르겐 피퍼 애널리스트는 "FCA는 규모를 키워서 보다 분명한 디딤돌을 찾고 있고 이는 대량생산을 하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나쁜 전략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합병안 실행에는 상당한 걸림돌이 있겠지만 일단 서류상 제안을 보면 괜찮아 보인다"고 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양사가 일단 르노 그룹이 닛산 및 미쓰비시와 '르노·닛산·미쓰비시연합(RNMA)'을 꾸렸던 것처럼 비슷한 협력관계를 다진 다음에 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협상 속도는 그보다 빨랐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르노 고위 경영진이 RNMA 합병 추진의 발판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FCA와 협상했던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르노 측에서는 RNMA가 북미 시장 등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순수한 경영 전략의 차원으로 이번 합병에 접근하고 있다. 소식통은 "이는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것"이라면서 "누군가를 해치거나 굴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난처해진 닛산·미쓰비시
그러나 르노의 주도하에 RNMA를 꾸리고 있는 일본의 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는 르노의 파격적인 합병 계획에 협상력을 잃게 생겼다. 닛산과 미쓰비시는 지난해 RNMA의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르노에게 동등한 경영권을 요구해 왔으며 르노는 이에 맞서 르노와 닛산의 합병 논의를 내밀었다.

닛산은 르노와 FCA간 협상으로 FCA가 RNMA에 합류하게 되면 크게 영향을 받지만 협상에는 직접적으로 간여하지 못하고 있다. 이때문에 닛산 내부 관계자들 일부는 윈윈을 위한 '순수한 전략'이라는 르노의 설명에 회의적이다. 이들은 닛산에 압력을 가하려는 르노의 전술로 보고 있다. 곤 전 회장 체포 이후 르노가 계속해서 완전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르노가 다음달 하순 닛산 연례 주주총회에 앞서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FCA와 합의안을 완성해 닛산 주주들이 이 문제를 주총장으로 끌고 들어오도록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닛산은 오는 29일 월례 상임이사회에서 FCA 협상과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닛산은 지난달 중순에서 사이카와 히로토 최고경영자(CEO)가 르노 회장인 장 도미니크 세나르, 티에르 볼로레에 CEO게 닛산은 아직 완전 합병에 관심이 없다고 통보하는 등 그동안 르노의 합병 계획에 계속해서 퇴짜를 놨다. RNMA는 1999년 닛산이 파산에 몰린 상태에서 르노가 닛산에 투자하는 대신 지분 43%와 온전한 표결권을 갖기로 하면서 출범했다.
닛산은 르노보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르노 보유지분이 15%에 불과하다. 또 2016년 닛산이 미쓰비시 지분 34%를 갖게 되면서 미쓰비시가 동맹에 합류해 RNMA가 탄생했다.
한편 르노 지분 15%를 갖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24일 르노로부터 FCA와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즉각 일본 정부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고 프랑스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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