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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심각해진 농촌 고령화… 트랙터 자율주행 기술로 일손 덜어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4 17:26

수정 2019.05.2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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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
직진조차 어려운 울퉁불퉁한 밭.. 지난 3월 일직선 자율주행 성공
지난 13일 전북 완주 봉동로 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 옆 밭에서 본지 기자가 LS엠트론 트랙터를 활용해 밭을 갈고 있다. LS엠트론 제공
지난 13일 전북 완주 봉동로 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 옆 밭에서 본지 기자가 LS엠트론 트랙터를 활용해 밭을 갈고 있다. LS엠트론 제공

【 완주(전북)=권승현 기자】 울퉁불퉁하게 굳은 밭에서 똑바로 운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핸들을 이리 꺾었다 저리 꺾었다 정신없이 반복해야 했다. "일반 도로에서 자동차로 운전할 때와는 딴판이죠?" 트랙터 핸들을 쥐고 길길이 헤매고 있는 기자에게 고정규 LS엠트론 차장이 웃으며 물었다.

지난 13일 전북 완주 봉동로 LS엠트론 기술교육아카데미에서 95마력(모델명 XP)과 58마력(모델명 XU) 트랙터를 직접 운행해봤다.
트랙터 주행 전 '트랙터 운전 면허는 따로 없나요?'라는 질문을 던질 정도로 관련 상식이 전무한 상태였다. (다행히 트랙터는 면허가 필요없다.)

LS엠트론은 '트랙터 초보자'를 위해 기술교육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1박2일간 트랙터 주행과 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이 진행된다. 약 2시간에 걸쳐 핵심 운전법과 주의사항을 숙지후 트랙터 운전석에 올랐다.

먼저 95마력 트랙터를 이용해 쟁기로 밭을 갈아보기로 했다. 밭을 가는 작업은 지난한 농사 과정 중에서도 가장 초반에 이뤄지는 작업이다. 밭농사의 시작은 밭에 거름을 주는 일이다. 이후 밭을 쟁기로 갈고 로타리 작업을 통해 토양을 보다 곱게 갈아준다. 이후 두둑을 만들어 물길을 내주고 비닐을 피복하면 심기 준비가 끝난다.

기술교육아카데미에서 농기계 분야 강사로 근무하고 있는 고 차장이 직진주행하라고 주문했다. 빈틈없이 쟁기 작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농사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도 직진주행은 기본이다. 추후 수확과정에서 콤바인을 통해 일시에 수확하려면 모가 일렬로 심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땅이 울퉁불퉁해 계속 핸들을 움직여야 했다. 포장된 도로에서 자동차로 주행할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조금만 주의를 돌려도 트랙터는 엉뚱한 방향으로 향했다. 집중하고 일직선으로 주행해도 막상 바퀴 흔적을 보면 구불구불하게 굽어져 있었다.

쟁기로 갈아진 밭을 58마력 트랙터에 로타리를 달아 주행해봤다. 쟁기 작업을 거친 밭이라 그나마 부드러웠지만 여전히 직진 주행은 어려웠다. 고 차장은 "숙련된 사람도 딱딱한 밭에서는 똑바르게 운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접 트랙터를 주행해보니 LS엠트론이 직진 자율주행 트랙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를 알 듯 했다. 국내 트랙터 업계는 직진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단 직진 자율주행은 자율주행의 다양한 단계 가운데 가장 초보적 기술로, 구현이 쉽다. 게다가 농기기 작업의 대부분은 직진 작업을 기초로 한다.

트랙터는 자동차와 달리, 같은 밭이라도 토양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주행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 속도가 뎌뎠다. 하지만 지난 3월 LS엠트론 R&D센터는 별도의 핸들 조작 없이도 트랙터가 알아서 일직선으로 주행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올해 상반기 내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전념하고 있는 상태다.

LS엠트론 자율주행 기술개발 담당 최종민 박사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농민들이 손쉽고 편안하게 정밀한 농작업을 할 수 있다"며 "고령화 시대에 일손 부족에 고민하는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S엠트론은 오는 2021년까지 장애물 감지 및 회피가 가능한 완전 자율주행(3단계) 트랙터를 개발해 출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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