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美 '화물선' 기싸움 치열..초조한 北, 도발명분 쌓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22 16:18

수정 2019.05.22 16:48

美 화물선 압류에 北 과잉대응하며 초조함 노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 차단..체제유지 부담
'현금-통치자금' 마르면 체제유지 큰 어려움 따라
도발효과 높이기 위해 명분 축적하며 사태관망?
미국이 북한의 화물선을 압류하면서 외화벌이 차단에 나섰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북한 외무성을 통해 미국을 비난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써 미국이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기자회견 열어 화물선의 반환을 주장했다. 북한의 전방위 총력전에서 초조함이 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북한의 화물선을 압류하면서 외화벌이 차단에 나섰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북한 외무성을 통해 미국을 비난했고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써 미국이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기자회견 열어 화물선의 반환을 주장했다. 북한의 전방위 총력전에서 초조함이 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화물선을 미국이 압류하고 북한이 반환을 위해 유엔 등 국제사회 외교전을 펼치는 등 북미간 기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여유로운 미국에 비해 매우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어떤 행보를 펼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압류한 화물선을 돌려달라는 북한의 요구를 일축했다. 이어 국무부는 "유엔차원의 대북제재 유지가 필요하고 회원국들 역시 제재를 잘 이행해야한다"면서 제재의 틈을 노려 불법적 외화벌이를 하는 북한을 더욱 압박할 것으로 시사했다.

미국은 북한이 지난 4일에 이어 9일 재차 미사일 도발을 하자 약 9시간 만에 대북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며 조용하고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날도 국무부는 초조한 북한과는 달리 대화의 창은 열려있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반면 북한은 화물선 압류 사태 이후 반환을 강력하게 주장하며 짧은 사이 외무성 대변인을 통한 '날강도' 대미 비난(14일), 미국이 북한의 주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유엔 사무총장 앞 편지 발송(17일)에 이어 이날도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기자회견을 열어 "압류는 불법"이라면서 반환을 강하게 주장했다.

북한이 다급한 모습을 보이며 이제 국제 여론전까지 펴고 있지만 압류를 실행하고 대북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음을 국무부가 거듭 확인하고 있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인 만큼 북한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번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에서 두 번째로 크고, 35억원 이상 가치가 있는 석탄을 싣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은 차지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미국의 제재 압박이 더 강해질 수 있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역대급 수준'이라는 현재의 대북제재로 북한은 외부와 단절된 채 고립됐다. 자력갱생과 우방국의 지원으로 버티더라도 체제 유지를 위해 현금은 필수적인데, 외화벌이의 핵심 채널에 미국의 칼이 직접적으로 들어온 것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대북제재의 일환으로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창구였던 해외 근로자들도 속속 귀국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직접적 압박이 거세진다면 통치자금 마련은 어려워지고, 현금 부족은 북한 체제의 기둥인 엘리트의 이반을 가속화할 수 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연내 개최해야한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이 특별히 반응을 보이지 않자 두 차례 미사일 도발까지 했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더욱 더 초조해지는 결과를 낳게 됐다.

대북제재의 고삐를 죄고 있는 미국에 대해 향후 북한이 어떤 대응을 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궁지에 몰리더라도 과거처럼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엎을 가능성은 낮지만 시간차를 두고 추가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외화벌이에 손을 대는 이번 선박 압류는 북한 정권에는 분명히 큰 도전이 될 수 있다"면서 "이번 미국의 조치에 대응해 북한은 '미국이 압박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추가적 도발 명분을 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다만 두 차례에 걸친 미사일 도발이 있어 너무 빠르게 추가 도발을 하면 효과가 떨어지고 도발 강도를 높이려면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에 하반기에 열리는 한미연합 '19-2 동맹'훈련 같은 주목도 높은 이벤트를 계기로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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