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김학의·장자연 사건 본질은 여성착취와 폭력…진상 밝혀야"

뉴스1

입력 2019.05.22 12:26

수정 2019.05.22 13:34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故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조작·은폐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故 장자연씨 사건 등 권력층에 의한 반인륜적 범죄 조작·은폐 자행한 검찰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19.5.22/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과거사위, 여성인권 문제 외면하고 형식적으로 일관"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달 말로 활동 종료를 앞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이 고(故) 장자연씨 사건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규탄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건의 본질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와 폭력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당시 검찰 수사의 진상을 밝히고 책임져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비롯한 1043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먼저 지난 20일 과거사위가 발표한 고 장자연씨 사건 심의 결과와 관련해서는 "(과거사위는) 진상규명을 하겠다면서 이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취급하고 침해된 여성인권 문제는 외면한 채 형식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공소시효'와 '증거부족' 모두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기인한 문제인데도 이를 이유로 사건 해결의 책임을 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사 미진과 외압을 확인하고 위증에 대해 재수사를 권고했으나, 사건의 핵심 의혹인 성범죄와 부실·조작수사를 대상으로는 재수사를 권고하지 않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의 차혜령 변호사는 "하나의 사건에서 이렇게 많은 수사 미진이 발생했다면 수사가 위법한 것이며, 검경이 공무상 이행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과거사위가) 이같은 법적 평가를 하지 않은 부분은 유감스럽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에 얽힌 의혹을 밝힐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함께 드러냈다.

이들은 "(과거사위는) 검찰 수사의 문제점과 검찰의 조직적인 사건 은폐·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김 전 차관 등의) 성폭력 범죄는 제외하고 뇌물죄, 청와대 민정라인 외압 의혹 등에 대해서만 재수사 권고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은) 진상규명을 하겠다면서 이 사건을 정치적 쟁점으로 취급하고 침해된 여성인권 문제는 외면한 채 형식적 태도로 일관했다"며 "엄정수사를 지시한 대통령과 민의를 대변해야 할 국회 역시 모두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당한 당사자 3명이 직접 나서 진상규명과 엄벌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과거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2차 가해와 부실수사, 불기소 처분으로 긴 시간 고통받았으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다시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A씨는 "당시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을 모두 흔들고 참고인들이 하지 않은 진술 등으로 진술 등으로 진술조서를 꾸몄다"며 "권력의 힘이 무서워 숨은 저는 제가 하지 않은 말로 다른 피해자에게 피해를 주었다는 마음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세상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는 "2013년 저를 조사한 검사들이 고위직에서 근무하고, 김학의와 검사들이 저를 다시 무너지게 할 거라는 두려움에 매일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한다"며 "(이 사건이) 권력 앞에 묻히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C씨 역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는 생각 하나로 지금까지 버티면서 살고 있다"며 "세상이 다르게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 달라. 윤중천의 악행이 더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공권력을 행해 벌을 받게 해 달라"고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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