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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강원도 산불 진화의 숨은 주역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9 11:59

수정 2019.05.20 14:28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원주대학교 재해기상연구센터에서 김선정 연구원이 헬륨풍선을 이용한 고층 기상관측을 시연하고 있다. 김 연구원 오른쪽에 주차된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은 기상이 변화무쌍한 강원도 기상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다. 이번 강원도 대형산불 현장에도 투입돼 주요 산불 길목에서 정확한 풍향과 풍속 측정값을 제공해 산불 진화전략 수립을 도왔다.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원주대학교 재해기상연구센터에서 김선정 연구원이 헬륨풍선을 이용한 고층 기상관측을 시연하고 있다. 김 연구원 오른쪽에 주차된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은 기상이 변화무쌍한 강원도 기상을 효과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다. 이번 강원도 대형산불 현장에도 투입돼 주요 산불 길목에서 정확한 풍향과 풍속 측정값을 제공해 산불 진화전략 수립을 도왔다.
【원주=안태호 기자】지난 4월 강원도 속초·고성·인제 일대 산림과 민가 등을 불태웠던 대형 산불은 정부와 강원도, 산림청, 소방의 효과적인 대응으로 발생 하루만에 조기 진화됐다. 피해 면적에 비해 인명피해도 적었다. 다만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제공했지만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은 기관이 있다. 바로 기상청이다. 기상청은 산불현장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정확한 풍속과 풍향 측정값을 제공하고 효과적인 진화 전략 수립을 도왔다는 평가다. 2012년부터 도입한 모바일 기상관측 차량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난 16일 강원도 강릉원주대학에 위치한 국립기상과학원 산하 재해기상연구센터를 찾았다. 이날 김백조 재해기상연구센터장은 브리핑에서 “주요 산불 발생지역인 속초·옥계·인제와 고정기상관측소의 거리가 5~7km나 떨어져있어 정확도가 부족한 상황이었다”면서 “광주지방기상청 차량 한 대를 포함 총 두 대의 차량과 인원 8명이 50시간 동안 투입됐다. 매 30분마다 주요 산불 길목의 풍향, 풍속 측정값을 산림청과 산불지휘본부에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의 설명이 끝난 후 건물 밖 주차장으로 나서자 차량 위에 각종 기계장치들이 잔뜩 달린 흰색 산타페 차량이 눈에 띄었다. 이번 산불 현장에 투입된 'MOVE1(Mobile Observation VEhicle1)'이다. 마치 토네이도를 쫓아 질주하던 할리우드 재난영화 속 관측 차량들과 닯았다.

차량 루프 위에 설치된 장치들은 기온·습도 센서, 풍향·풍속계, 기압계 등 기상관측 장치로 지상 기상을 실시간으로 측정·기록한다. GPS와 차량속도 등을 자동으로 계산해 이동 중에도 정확한 풍향과 풍속 측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강원도 기상은, 산이 많아 지형이 복잡하고 바다가 가까이에 있어 지형과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좁은 지역의 기상 변화가 심하고 재해 기상 빈도가 잦다”며 “2012년부터 모바일 관측차량을 도입해 기상현상의 이동 경로를 따라 추적하거나 관측 공백 지역에서 목표관측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형 기상관측 차량의 또 하나의 기능은 고층 기상관측이다. 헬륨 풍선에 측정 장치를 메달아 하늘로 올려보내, 고도 32km까지의 기온·습도·풍향·풍속을 기록하고 전송한다. 직접 이동 관측 업무를 수행하는 김선정 연구원이 시연에 나섰다. 두껍게 접혀있던 풍선은 헬륨가스가 들어가자 성인 남성 키보다 커졌다. 직접 풍선을 잡아보니 무게감이 상당했다. 강풍이 불 때면 두명이 달라붙어도 쉽게 잡아두기 어렵다고 한다.

김 연구원이 손을 놓자 풍선과 측정 장치는 순식간에 하늘로 솟구쳤다.
거대했던 풍선은 곧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사라졌다. 하지만 측정 장치가 보내는 측정값은 차량 트렁크 위치에 설치된 노트북 화면에 선명하게 기록됐다.


김 연구원은 “이번 산불 지원 당시에는 헬기 임무 수행에 방해를 줄 수 있어 고층관측을 시행하지는 못했다”면서도 “고층관측을 통해 강원도의 재해기상을 좀 더 정확히 예측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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