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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준공영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5 17:16 수정 : 2019.05.15 17:16
2004년 7월 1일.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이에 맞춰 서울시는 대대적인 교통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버스·지하철 환승제가 도입됐다. 버스 노선도 싹 바뀌었다. 서울시는 자신만만했다. 웬걸, 새로 설치한 교통카드 단말기가 곳곳에서 먹통이 됐다. 노선이 달라진 통에 시민들은 우왕좌왕했다. 나흘 뒤 이명박 시장은 "시민에게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날이 갈수록 반응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승객은 버스·지하철을 환승하는 재미에 맛들였다. 교통카드 단말기도 제자리를 찾았다. 우스갯소리로 이 시장이 대선에 도전한 밑천은 청계천 복원과 버스·지하철 환승이란 말까지 나왔다.

서울버스 혁신은 준공영제 덕을 봤다. 그 전에 민영버스 회사들은 알짜 노선에 목숨을 걸었다. 손님이 뜸한 외곽 노선은 맡지 않겠다고 버텼다. 준공영제를 도입하자 그럴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버스회사 수익은 한데 모아서 배분했다. 적자가 나면 예산, 곧 시민 세금으로 메웠다. 기사들도 죽자사자 운전할 필요가 없게 됐다. 지금 버스 서비스의 질이 A급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예전과 비교하면 확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준공영제는 서울에 이어 부산·대구·인천·광주·대전에서도 하고, 제주도에서도 한다.

하지만 준공영제는 돈이 많이 든다. 서울시는 줄잡아 한 해 2000억~3000억원을 쓴다. 지난해는 밀린 지원금을 한꺼번에 주는 바람에 5400억원을 썼다. 그나마 큰 지자체들은 사정이 낫다. 작은 지자체들은 엄두도 못 낸다.

버스 파업이 고비를 넘겼다. 정치권에선 이참에 중앙정부가 버스 준공영제를 지원하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정책 실패를 또 예산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이 들린다. 15년 전 보수 원류인 이명박 시장이 준공영제를 도입할 땐 예산 낭비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준공영제의 성과를 인정한다면 보수·진보를 떠나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을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도 괜찮을 성싶다.

paulk@fnnews.com 곽인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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