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미사일 쏘는 北, 제재 옥죄는 美'..북미 3차회담 멀어지나?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5 15:48

수정 2019.05.15 15:48

北 도발에 제재강화 응수한 美, 강경입장 고수
외화벌이 수단 떠 차단된 北 반발에도 묵묵부답
북미간 갈등 상존+절대적인 시간도 부족한 상황
"北 초강경 대응 나오면 의외로 대화물꼬 열릴수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압류하면서 북미관계에 갈등의 골이 생기고 있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양측의 대화재개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은 대북제재를 위반한 북한 선박을 압류하면서 북미관계에 갈등의 골이 생기고 있다.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양측의 대화재개와 3차 북미정상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고 미국은 북한 화물선을 압류하는 등 대북제재를 더욱 옥죄면서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정상회담이 연말에 열린다고 해도 지금쯤 실무협상 등 윤곽이 나와야 하지만 갈등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미 법무부는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송환하라는 북한의 요구와 비난에 대한 입장이 있느냐'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한다"며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북한의 반응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이 자국 화물선을 압류하자 지난 13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행위는 압박으로 우리를 굴복시켜보려는 미국식 계산법으로 6·12 북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에 위배된다"면서 "날강도적 행위를 멈추고 선박을 반환하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지난 4일과 9일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미 양국을 자극했고, 미국은 9일(현지시간) 와이즈 어니스트호가 북한 석탄을 운송해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면서 몰수소송을 진행하는 한편 압류조치를 취했다. 제재의 틈을 이용하는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하나가 또 차단됐다.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대화가 교착국면에 빠진 가운데 북한이 대화틀을 깨지 않는 수준의 저강도 미사일 도발을 선제적으로 취하고, 미국이 이에 응수하며 제재의 도수를 더욱 높인 셈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미국의 태도 변화와 빠른 대화 복원을 지속적으로 강조했고, 미사일 도발까지 감행했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 의미를 축소하면서 대북제재를 견고하게 유지하는 방향을 기본 방침으로 하고 있다.

지난 하노이 담판에서 미국과 북한의 패가 드러났기 때문에 3차 북미정상회담은 개최될 경우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 결과물을 만들어 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미간 물밑접촉과 의견조율 실무협상이 필수적이지만 최근 북미관계는 점점 악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14일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강력한 대북제재로 경제난과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고, 내년까지인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실패를 막자면 제재완화가 필요하고 그러려면 미국과 빠른 시일 내에 다시 만나야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굳이 올해 안이라는 시점을 제시하고 대미외교의 최선봉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그만큼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목말라한다는 방증이다. 북한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국가는 현재 전 세계에서 미국뿐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제재로 맞섰고, 절대적 시간도 부족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연내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고 미국이 여기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의 선택지는 많지 않기 때문에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미사일 도발의 강도를 높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압박하는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경우 미사일 발사거리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미사일 도발에도 '신뢰 관계는 여전하다'며 북한에 면죄부를 줬는데 북한이 도발 강도를 높인다면 그의 입장은 난처해질 것이고, 결국 북한과 대화에 나서며 유화책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2006년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있는 2400만달러의 자금을 동결시키며 압박을 가하자 그해 10월 1차 핵실험을 하는 초강수를 뒀다.
당시 중동 문제에 신경을 쏟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유화책으로 선회한 바 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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