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정보경찰… 훈령 바꿨는데 상위법은 국회서 낮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7:49 수정 : 2019.05.14 17:49

강신명·이철성 전직수장 영장에 치안정보·신원조사 범위 등 논란
경찰청, 내부훈령 소폭 손질에도 경찰법·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
국회 상임위서 논의 조차 안돼.. 신원조사 타기관 이관도 찬반 대립

정보경찰을 활용해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강신명과 이철성 두 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청구되면서 정보경찰의 애매모호한 권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의 혐의에는 정보경찰의 업무인 '치안정보 수집'과 '신원조사'가 엮여 있다.

경찰청은 올해 초 내부적으로 '정보경찰 활동규칙' 훈령 제정을 통해 정보경찰의 권한과 역할을 규정했다. 그러나 상위법인 '경찰법'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관련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돼 있다.

대통령령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는 상위법이 바뀐 이후 개정이 가능해, 치안활동 관련 내용이 바뀌지 않고 있다. 관련법과 대통령령에 명시된 '치안정보'라는 단어의 정의가 명료해져야 정보경찰의 역할도 보다 명확해 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신원조사' 항목은 경찰이 아닌 다른 기관에 위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올해 초 제정된 '정보경찰 활동규칙' 훈령에는 여전히 명시돼 있다. 현실적인 한계와 효율성 등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경찰과 전문가들은 신원 조사 과정에서 민간인 사찰 등의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호한 '치안정보', 개정안 계류 중

1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관 직무집행법(직무법)일부개정법률안'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경찰법 전부개정법률안'에는 경찰의 임무 중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대응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 및 배포'로 변경했다.

치안정보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찰개혁위원회에서도 "치안정보에 관한 정의규정이 없고, 정의도 쉽지 않다"며 "광범위한 정보수집, 예방적 정보수집으로 이어지는 폐해가 있어 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령인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에는 여전히 정보국의 임무로 '정치·경제·노동·사회·학원·종교·문화 등 제분야에 관한 치안정보의 수집·종합·분석·작성 및 배포'와 '정책정보의 수집·종합·분석·작성 및 배포'가 담겨 있다. 정치 및 정책 관련 치안정보 수집 활동이 명시돼 있는 셈이다.

이는 상위법인 경찰법과 직무법의 개정이 늦어지면서, 대통령령 개정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 정보국 관계자는 "관련법이 통과되면 법안에 따라 대통령령도 개정될 것"이라며 "법률 개정 작업 도중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정보경찰의 역할을 담은 관련 훈령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처리 일정이 불투명한 점은 걸림돌이다. 현재 소 의원과 홍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들은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돼 있으나, 여야의 극한 대치로 인해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신원조사가 경찰업무'? 시비 여전

정보경찰의 '신원조사' 업무에 대한 적절성 시비는 여전하다. 지난 1월 제정된 '정보경찰 활동규칙' 훈령에는 '정보관은 국가기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고위공직자 또는 공직 후보자의 직무역량·비위 등 임용에 필요한 사실조사와 자료수집을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정치 관여 목적의 사생활 및 동향 파악, 풍문 등을 공유하는 행위는 금했다.

앞서 경찰개혁위원회는 지난해 관련 업무를 다른 행정기관에 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냈던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이 수사활동 형태로 (신원조사를) 하기 때문에, 경찰에 우호적인 인사냐에 따라 평가가 바뀌는 등 문제가 된다"며 "경찰은 범죄경력자료나 수사경력자료만 넘기고, 나머지 정보는 인사혁신처 등 다른 곳에서 수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이관이 어렵고, 효율성 문제를 고려해 사후 부작용 예방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훈령에 처벌 범위를 명확히 규정한 것도 폐해를 막기 위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경찰 정보국 고위 관계자는 "일선에 접점이 있는 경찰에 신원조사 업무가 포함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업무가 어디에 있냐보다는, 부적절한 행동이 없는지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에 조직이 있는 경찰이) 신원조사를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이후 특정 집단의 입맛에 맞게 정보가 가공되는 과정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hoon@fnnews.com 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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