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갈등공화국' 대한민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4 16:41 수정 : 2019.05.14 16:41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과 독설이 우리 사회에 난무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서 누구도 비난의 대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비난과 독설은 가짜뉴스를 근거로 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유령처럼 SNS를 타고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며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를 내부로부터 곪아들게 하고 공들여 쌓아올린 대한민국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

갈등 없는 사회가 어디 있으랴. 역사를 통찰해보면 갈등은 인간사회를 보다 윤택하고 품격 있는 단계로 발전하게 하는 추동력이 되었다.

문제는 갈등의 수준과 양상이고,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국가의 시스템과 역량이다. 갈등이 지나치고 이를 시스템 안에서 해결해나갈 능력이 없는 사회에서 갈등은 독이 된다. 성장은 정체되고 일자리 창출도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에서 우리나라는 사회갈등이 가장 심하고 갈등해결 시스템은 가장 취약한 나라로 평가된다. 이러한 사회구조적 결함은 지난 20여년간 개선은커녕 악화되어 왔다. 그 원인은 민주화 이후 다양한 갈등의 동시다발적 분출이다. 개인 및 집단 간 이익갈등, 세대 간 갈등, 진보와 보수 사이의 이념 갈등, 노사 갈등,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의 노노 갈등, 남녀 갈등, 환경문제와 개발을 둘러싼 공공 갈등 등 다중복합 갈등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사회 갈등 중 노사 갈등은 세계 최악이라는 부끄러운 오명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의 인시아드가 지난해 세계 125개국을 대상으로 노사협력 수준을 평가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꼴찌에 가까운 120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에 노사 갈등 보다 더 심각한 갈등이 있다. 이념 갈등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념 갈등은 2015년 이후 여러 사회 갈등 가운데 가장 높은 갈등지수를 보여주고 있고 특히 최근 2년간 악화되었다.

글로벌 트렌드는 이념 갈등이 퇴조하고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악화되고 있는가. 이념 갈등의 외양을 하고 있지만 본질은 권력 갈등이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민주화 이후 정권교체를 거듭할수록 권력 갈등은 심화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 MB정부 초기의 좌파 축출, 노무현 대통령의 불행한 죽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을 거치면서 갈등이 증폭돼왔다. 물론 4대강 사업, 역사 국정교과서, 남북관계 전략 등 정책에 대한 입장의 차이로 인한 정책 갈등도 존재하지만 결국 그 바탕에는 권력 갈등이 내재해 있다. 더 우려되는 점은 갈등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체가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수임한 책무는 무엇인가. 우리 공동체 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결하고 공동체를 더 발전시키라는 것 아닌가. 지금 정부와 정치권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정치권은 벌써 내년 총선과 3년 후 대선에서의 권력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공동체의 공존과 번영을 위한 정책선거가 아니라 적과 아군 사이의 전쟁 같은 선거가 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게 되면 선거 후 누가 승리하든 우리 사회의 갈등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 시간이 없다. 선거가 전쟁이 되지 않도록,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그리하여 대한민국 공동체 발전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규범과 제도 그리고 필요하다면 추진기구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원덕 이수포럼 회장·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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