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속 비핵화 논의 향배는?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10 16:58

수정 2019.05.10 17:02


북한이 개발 또는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 종류.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는 그림의 두번째에 있는 신형 고체 미사일로 '북한식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사진=국방백서
북한이 개발 또는 보유 중인 탄도미사일 종류.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발사체는 그림의 두번째에 있는 신형 고체 미사일로 '북한식 이스칸데르'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사진=국방백서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이 9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공식 규정했음에도 여전히 "분석중"이라는 입장을 유지, 한미간 엇박자 및 대응 지연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발사체의 제원 및 정체 규정은 정보 분석 능력 및 한미간 공조의 원활함 여부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되는 것은 물론 향후 비핵화 논의 정국을 주도해나갈 주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북미의 눈치를 보는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대화 정국 재개의 물꼬를 트기위해서라도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정무적, 정책적 방향성을 정해야 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당국은 일단 절제된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고, 북미간 비핵화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모색하고 있다.


■美의 탄도미사일 확인에도 여전히 분석중
10일 우리 군 당국은 "9일 발사한 북한의 발사체가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미국 국방부가 이를 '탄도 미사일'로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정밀 분석"을 앞세워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정보원은 단거리 미사일에 대한 분석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신형무기 체계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민기 의원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의원은 미국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보고있는 지에 대해 "미국의 공식적 입장이 아니다고 국정원에서 답변했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은재 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원인과 관련, "한미 연합 훈련, 우리의 첨단무기 도입 발표에 반응,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 조성 및 내부 갈등 조정 유발하는 데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또 군부와 주민들의 불만을 전환하고 내부 응집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우리 군 당국은 지난 4일 발사체에 대해서도 "발사체 성격은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우리 국방부가) 대화의 판을 조심스럽게 유지하고 이 문제를 가급적 확대하지 않고자하는 입장으로 보인다"며 "국방부만의 결단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환경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단 한미당국은 고강도 비판을 자제한 채 북한의 내부 상황을 비롯해 전체적인 한반도 안보정세를 예의주시하면서 비핵화 논의 재개를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안보리 결의 위반 논란속 비핵화 향배는?
북한 발사체의 정체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만약 탄도 미사일이면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유엔은 추가 제재 결의를 추진할 수도 있다.

자칫 향후 비핵화 협상이 더욱 꼬일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탄도미사일이라도 고도 등에 의해 규탄 성명이나 경고 등 낮은 수준의 포괄적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성묵 센터장은 "유엔 안보리가 단거리 미사일에 대해 추가 제재를 한 전례는 없다"며"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염두에 두고 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유리한 대화를 하기 위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며 "아직 고강도의 도발은 아니라고 보고 있지만 점점 최고조로 가고 있으며, 결국 강대강 대치로 갈 수 밖에 없는 경로에 있다"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국방부가 눈을 가리고 있다는 건 직무유기"라며 "현 시점에서 미국이 대화에 나서려고 한다면 미국이 크게 양보하게 되는 셈인데,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일각에선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을 무리하게 감행하다보면, 더이상 선택지가 없어 오히려 북한이 '외통수'에 빠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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