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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에 아직은 '인내'…압박 강화하며 대화 문 열어둬

뉴스1

입력 2019.05.10 11:51

수정 2019.05.10 11:51

美 비난 자제…"北 아직 협상 준비 안돼 있어"
인권문제 제기 이어 '제재 위반' 화물선 압류 등 조치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 정부가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등 '도발'을 계기로 대북 압박을 재차 강화하는 모양새다.

미국의 입장은 미묘하게 바뀌었다. 북한이 아직 미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개적 비난'을 자제하고 있지만 대북제재 위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압류를 비롯해 이번 도발을 의식한 듯한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을 향해 장거리방사포(다연장로켓포·MLRS)와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무기 발사훈련을 한 데 이어, 9일엔 함경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미사일 2발을 역시 동해 방향으로 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4일 도발 때까지만 해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란 글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다 이날 미사일 발사 뒤엔 기자회견을 열어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단거리 소형 미사일 발사에 아무도 행복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6월과 올 2월 등 2차례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과정에서 비핵화 의사를 밝히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북한은 지난 2017년 11월 ICBM급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이후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해왔던 상황이다.

그러던 북한이 이달 들어 단거리미사일을 이용해 비행거리를 조금씩 늘려가는 형식으로 재차 도발에 나선 것은 궁극적으로 2월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대북제재 해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미국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시 북미회담 결렬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대북 경제협력 사업의 연내 재개를 모색했던 한국 정부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도 "(북미)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지켜보자"면서 대북협상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저들(북한)은 지금도 협상을 원하고 협상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내 생각엔 그럴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말로 북미 간 협상 재개를 위해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북한이 기존처럼 '도발'을 통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이용해 '대가'를 챙겨가는 수법으로 회귀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WP)는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은 북미 간 협상의 결과물이 아니었다. 작년 6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로켓 발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그런 점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미국과의 합의를 깬 것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 법무부는 이날 북한산 석탄 수출 등 유엔 제재 위반에 관여한 혐의로 현재 인도네시아에 억류돼 있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에 대한 압류 조치를 취하는가 하면, 이 선박을 몰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미 정부가 북한 화물선에 대해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 정부는 또 지난 6일 국무부를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당국의 인권유린을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날 북한을 대상으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의 인권 검토 회의에서도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 해체와 수감자 석방을 요구하는 '우회 압박'을 가했다.

이런 가운데 미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선 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북한으로선 미국 측의 이 같은 움직임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예사롭게 보기 어려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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