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영 칼럼]

4대강 보 갈등, 공론화로 풀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8 17:29 수정 : 2019.05.08 17:29

초라한 문 정부 2년 성적표, 실사구시로 궤도 수정해야
큰 홍수라도 나면 어쩔텐가


4대강 보 철거 여부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환경부와 유역 농민,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 소속 관변학자들과 그 대척점의 학자들이 평행선 대치 중이다. 보 철거의 굉음보다 먼저 국론이 갈라지는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다.

6월 이후 물관리위원회가 결정하면 철거는 본격화된다. 이를 저지하려고 각계 인사 1200여명이 '4대강 보 해체저지 범국민연합'(4대강 국민연합)을 결성, 지난 2일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도 열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7명은 검찰에 고발됐다.

무엇보다 금강 주변 농민들의 반발이 심각하다. 영산강과 낙동강 유역보다 이곳에서 농심이 더 부글부글 끓는 까닭이 뭔가. 2015년 충남지역의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트라우마 탓이다. 당시 북부 지역의 쩍쩍 갈라진 논바닥은 공주보-예당 저수지, 백제보-보령댐 도수로를 통해 해갈했다. 그런데도 올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는 세종보 완전 해체, 공주보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을 제안했으니….

현 정부는 녹조 발생을 빌미로 '자연성 회복'을 보 철거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러나 환경부 자체조사로도 세종보 하류 금강의 녹조량은 보 수문 개방 전보다 개방 후 외려 5배 이상 늘었다. 백번 양보해 4대강 조사위 측의 평가가 일리 있다 하더라도 보를 열어 물을 흘려보내면 되는데 굳이 허물려고 하니 문제다.

보 개방만으로도 곳곳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이 부족해지자 관정을 파서 용수 고갈 사태를 땜질하고 있다. 막대한 돈을 들여 지은 보보다 훨씬 허접한 보를 만드는 블랙코미디도 벌어졌다. 지난해 3월 돌과 자갈을 철제 망태에 담아 막은, 세종보 상류의 간이 보가 그것이다. 세종보 기준으로 5㎞ 위쪽 양화 취수장에서 하루 평균 2만6700t의 물을 세종호수공원에 공급하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 부여에서 70여년 살았다는, 한 충남 도의원이 회견에서 "갈수기 때 (금강의 일부인) 백마강을 걸어서 다닌 적이 세 번 있을 정도로 가뭄 문제가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말에 몇 년 전 처가 식구들과 백마강 유람선을 탄 추억이 떠올랐다. 4대강 사업 이후인데도 낙화암 아래 수심은 깊지 않았다. 그래서 백제 패망 때 투신했다는 삼천 궁녀가 죄다 익사할 정도가 아니었다는 객쩍은 생각도 했었다.

그렇잖아도 '갈등 공화국'이다. 자칫 보 철거로 뇌관 하나를 보탤 참이다. 보의 주 용도는 홍수와 가뭄 대비다. 그러니 여당 소속인 이춘희 세종시장조차 보 철거에 반기를 들었을 법하다. 그는 2일 "세종보 해체 여부는 2, 3년 중장기 모니터링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며 "생태복원 같은 환경 측면뿐만 아니라 용수 확보와 경관유지 등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뜩이나 문재인정부 2년의 정책 성적표는 초라하다.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 등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정책들마다 시장의 역풍만 부르면서다. 3년 후엔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으려면 지금 실사구시의 자세로 국정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무릇 부수긴 쉽고, 세우기는 어려운 법이다.
혹여 '전 정권 사업=적폐'라는 잘못된 단추를 채웠다면 큰일이다. 보 철거 후 나중에 큰 홍수라도 나면 문재인정부의 흑역사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 때처럼 보 철거 문제도 객관적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진영 논리가 아니라 전문적 토론으로 결론을 내는 것이 옳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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