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서울 집값 잡겠다며 수도권 신도시에 또 폭탄 던진 정부

김관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8 14:24

수정 2019.05.08 17:13

3기 신도시 발표하며 수반되는 교통대책 발표했지만 서울수요 대체 힘들어
가뜩이나 미분양 늘고 집값 계속 내리는데 서울 주변 신도시만 또 타격
수도권 신도시 현황
수도권 신도시 현황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수도권 3기 신도시 추가 조성 계획을 발표했지만 정작 서울 집값보다는 수도권 신도시 집값만 더 떨어뜨리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기 신도시를 비롯한 서울 주변 신도시가 교통인프라 시설 부족과 공급과잉으로 집값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지역보다 입지가 좋은곳에 새롭게 신도시를 조성하고 서울을 연결하는 교통시설도 우선 확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도시 주민들은 "서울 집값 잡으려면 서울에 공급을 해야지 왜 집값이 계속 떨어지는 신도시 주변에 또 신도시를 만드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2기 신도시 교통인프라는 전혀 깔아놓지도 않아 교통오지로 만들어놓고 또 신도시를 세워 결국 서울 집값만 더 올리고 있다"며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7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7일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30만가구 공급계획 등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 수요 대체 과연 가능한가
국토교통부는 7일 수도권 주택 30만가구 공급을 위해 고양시 창릉(813만㎡), 부천 대장(343만㎡)에 각각 3만8000가구, 2만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고양 창릉지구는 서울 여의도까지 25분만에, 부천 대장지구는 서울역까지 30분만에 잇는 교통의 요지가 될 것이라고 국토부는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부천 대장동은 서울 반경 20㎞ 거리에 조성되는 신도시로 차가 막히지 않아도 서울 경계에 진입하는데 30분 이상이 걸리며,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 이상은 기본으로 소요된다는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고양 창릉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근접해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서울 경계에서 10㎞ 정도에 위치해 있다. 차량으로 서울에 진입하려면 족히 30분은 걸린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고양 창릉의 경우 14.5㎞ 길이의 서부선을 연계해 GTX와 연결하고 BRT 및 간선도로 입체화를 통해 교통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천 대장은 S-BRT를 연결하고 경명대로 등을 신설해 서울 접근성을 보완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미 조성된지 오래된 2기 신도시 교통망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위례신도시의 경우 교통시설의 핵심인 위례신사선을 2021년 개통하기로 해놓고 2019년 현재 착공은 커녕 사업자 모집공고도 안한 상태다.

또 동탄2신도시 GTX-A 노선도 이미 개통된 SRT 일부 노선을 이용하고 있음에도 개통이 3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전철노선도 마찬가지다. 미사강변도시의 유일한 전철노선인 지하철 5호선은 이미 지난해 8월 완공됐어야 하지만 개통이 계속 미뤄지면서 2020년 중반기까지 밀린 상황이다.

■검단, 파주, 일산 등은 큰 타격 입을 듯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가 조성되더라도 서울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은 상당히 적게 보고 있다. "서울 집값 잡는다더니 또 수도권 신도시에 폭탄을 던졌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우선 검단신도시가 당장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검단은 지난해 말 2차 발표때 인천 계양이 추가된데 이어 이번에는 인근에 부천 대장지구가 또 신도시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그동안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검단신도시는 신규 분양시장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지만 3기 신도시로 인천 계양이 지정되면서 다시 미분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에더해 부천 대장 신도시까지 조성되면 한동안 내리막길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2기 신도시인 파주운정과 일산신도시는 고양 창릉의 영향을 크게 받을 전망이다. 고양 창릉은 판교신도시 규모로 작지 않은데다 입지가 운정신도시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GTX-A 노선 착공 호재로 분위기가 수년만에 살아나자마자 다시 곤두박칠 칠수밖에 없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1기 신도시인 일산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미 지은지 30년이 다 되가는 상황에서 서울에 더 가까운 곳에 신도시가 조성되면 집값은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근에 고양 삼송, 지축, 원흥 등 택지지구에 고급 수요를 다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신도시가 들어서면 상황은 안봐도 뻔하다는 것이다.


2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사실 2기 신도시는 대부분 쾌적해 고속도로 접근성과 대중교통 확충만 이뤄져도 서울 수요자가 신도시로 많이 내려올 수 있다"며 "자꾸 큰 돈 들여 효율성 떨어지는 신도시 조성해 주변에 자극을 주지말고 교통시설부터 빨리 확충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 선임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