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정보경찰 정치개입' 영장기각 사유에 수사탄력…檢 윗선 직진

뉴스1

입력 2019.05.01 15:42

수정 2019.05.01 17:55

경찰청 본관. 2019.4.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경찰청 본관. 2019.4.9/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6.9.12/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생각에 잠겨 있다. 2016.9.12/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법원 "객관적 사실관계 인정"…'혐의소명' 판단
치안감들 '가담정도' 지적…책임자 강신명 암시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박근혜정부 시절 경찰청 정보국의 불법 선거·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당시 관여한 현직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으나 향후 수사는 오히려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법원이 현재까지 검찰이 주범이라 판단한 현직 치안감 2명의 혐의와 관련해 객관적 사실관계는 인정해 소명됐다 판단하고, 이들의 가담정도를 문제삼아 최종책임자를 암시하면서 수사가 그 윗선인 강신명 전 경찰청장을 향하는 토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1일 사정기관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청 정보2과장·정보국 정보심의관을 거친 박기호 치안감과 청와대 치안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낸 정창배 치안감에 대한 영장 재청구보다는 당시 경찰 수뇌부의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직진할 방침이다.

전날(30일) 임민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김성훈)가 박·정 치안감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 중 "피의자 역시 객관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 그 법리적 평가여부에 관해서만 다투고 있는 점"과 "본건에서의 역할 등 가담경위 내지 정도 등에 참작의 여지가 있어 보이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현재까지 증거자료 수집과 수사경과가 상당히 진행돼있다는 점을 고려하며 혐의소명 자체는 문제삼지 않았다. 상명하복 구조인 경찰청 정보국이 조직적으로 정치·선거에 개입했다는 점 자체는 입증이 충분하다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청 정보국은 정보경찰 조직을 이용해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이른바 '친박(친박근혜)'을 위한 '비박(비박근혜)' 정치인 동향과 판세분석 등 맞춤형 선거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등 공무원의 선거관여 금지규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2~2016년엔 정부여당에 비판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보인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일부 위원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을 '좌파'로 규정하고 사찰한 혐의도 있다. 감시와 방해공작을 넘어 청와대에 좌파 활동가를 부각하는 여론전을 제안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누리과정 예산을 두고 정부와 진보 교육감들이 갈등을 빚은 국면엔 부교육감들이 진보 교육감에게 동조하는지 성향을 파악해 보직을 변경해야 한다는 취지의 '부교육감 블랙리스트' 문건을 작성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치안감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정치·선거 관련 정보를 수집, 문건을 작성해 보고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국가정보기관인 정보국은 청와대가 요구하면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달리할 여지가 없었기에 위법성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박 치안감이 정 치안감 등을 통해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후, 강 전 청장에게 보고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성에 대한 인식은 없었으나 부적절하다 판단, 경찰청장에게 해당 지시 이행 여부를 결재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박근혜정부 첫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으로 근무하고 2014년 8월부터 2년간 경찰수장을 지낸 강 전 청장을 이미 한 차례 불러 지시·보고 여부를 조사했다. 강 전 청장은 박 치안감이 보고없이 자발적으로 한 일이라 주장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 전 청장은 경찰청 정보국은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하며 '권력실세를 배경으로 하는 정보국의 자율적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국 업무 중 경찰 관련 내용만 청장에게 보고하고, 청와대의 지시와 관련해서는 별도로 보고없이 수행했다는 것이다.

당시 현기환 정무수석 산하 치안비서관실의 선임행정관을 맡았던 정 치안감은 '선거 관련 문건 작성은 관행이었다'며 '청와대의 지시를 중간에서 전달한 심부름꾼에 불과했다'는 입장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치안감이 선임행정관 직위에서 단순 전달만 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당시 경찰청의 김상운 정보국장과 청와대 박화진 치안비서관도 불러 조사를 마쳤다.
아울러 박·정 치안감이 박근혜정부 당시 2년도 채 되지 않아 총경에서 경무관을 거친 뒤 치안감으로 고속승진한 정황에 청와대 실세였던 '문고리 3인방'의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있다.

청와대 지휘라인이었던 현 전 수석은 이미 경찰청 정보국을 동원해 새누리당 공천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상고를 제기한 상태이기에 사법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은 조만간 강 전 청장을 다시 불러 조사하고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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