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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문닫는 여의도 면세점 가보니..요우커 많은데 왜 폐점?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5.02 15:02

수정 2019.05.02 16:16

개장 3년만에 폐점키로 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정문 앞에 2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개장 3년만에 폐점키로 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 정문 앞에 2일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오는 9월 폐점키로 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에 2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오는 9월 폐점키로 한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에 2일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 있다.
"새 직장을 당장 알아봐야 하는 건지 고민이다" "면세점에 정직원이 어디 많겠나. 당장 백수될까 걱정이 크다"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지 3년만에 백기를 들자 면세점 협력업체 직원들이 고용 불안을 우려하고 있다.

2일 서울 여의도 갤러리아면세점63은 점심시간대에 단체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와 쇼핑을 즐기고 있어, 폐점을 앞둔 곳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중국인 쇼핑객들은 갤러리아면세점63이 오는 9월 폐점을 앞둔 곳이라는 것을 거의 모르는 분위기였다.

반면 면세점 직원들은 실직에 대한 어두운 분위기로 가득했다. 면세점 사업 종료 소식을 접한 판매직 등 직원들은 '평소와 같다'며 말을 아꼈지만 불안과 긴장이 묻어난 어두운 표정만은 감추지 못했다.

■9월 폐점에 협력직원 고용불안
점포를 지키는 대다수 협력업체 직원들은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 듯 어수선해 보였다.

대형 트렁크를 판매하는 매장의 한 직원은 "9월에 문 닫는다는 얘기만 뉴스에서 들었다"면서 "내부적으로 회사에서 어떻게 할지는 전달받은 게 전혀 없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현재 여의도 63빌딩 안에 위치한 갤러리아 면세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70여명의 정직원과 6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 등 약 670여명이다.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면세점 사업은 9월에 종료되지만 신규사업을 4곳에서 벌이고 있고, 특히 광교에 백화점을 크게 열어 인원이 많이 필요한 상태"라며 "정직원은 광교 쪽에 많이 배치할 예정이라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정직원들과 달리, 문제는 6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판매와 물류 대부분은 파견·협력업체에 맡겨져 있어 고용이 불안정한 현실이다.

브랜드 당 두세 명씩 있는 판매사원을 포함해 물류업체와 보안업체 직원 등은 당장 다음달의 행보를 고민하게 됐다.

면세점에서 만난 한 협력업체 직원은 "아직 아무런 얘기도 듣지 못하고 뉴스만 본 상태"라며 "우린 정직원도 아니고 여기서 필요 없게 됐으니 나가야 할 텐데 다른 면세점에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두타면세점 등 후속철수 우려
한화의 면세점 사업 철수는 업계에도 상당한 충격파를 안겼다.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따낸 면세점 사업권을 적자 1000여억원을 안고 불과 4년만에 손에서 놓았다.

실적 부진이 여전한 두타면세점 등 후속 철수 업체가 잇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두타면세점측은 이에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한화의 면세점 철수 이유로는 포화된 시장과 출혈 경쟁, 불리한 입지 등이 꼽힌다.

서울의 면세점 수는 2015년 6개에서 지난해 13개로 3년 만에 2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여파로 면세점 '큰 손'인 중국 단체관광객 수는 급감하면서 업계 출혈 경쟁이 격화됐다. 불리한 입지는 열악한 환경에서 치명타가 됐다. 시내 면세점이 몰린 명동과 강남에서 뚝 떨어진 여의도는 다이궁들의 발길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갤러리아면세점63에는 폐점 발표 이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줄지어 오고 있지만, 정작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일부 대폭 할인 매장에만 발길이 멈출 뿐, 명품 등 고가제품을 취급하는 매장은 오전 내내 물건 하나도 팔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가이드 A씨는 "여의도는 다른 곳에 가기 전 잠시 쉬어가는 곳"이라며 "다이궁과 달리 자유여행을 온 중국 일반 관광객은 비싼 물건은 잘 사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pen@fnnews.com 김성호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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