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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설계업체와 동반성장 [삼성전자, 비메모리 133조 투자]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7:45

수정 2019.04.24 17:48

정부 비메모리 육성정책에 화답.. 설계자산·파운드리 공장 개방 
반도체 인프라·기술력 공유.. 디자인하우스 업체와도 협력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의 상생경영을 선언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 삼성전자 경기 화성캠퍼스 극자외선(EUV) 라인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국내 중소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의 상생경영을 선언하고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선다. 삼성전자 경기 화성캠퍼스 극자외선(EUV) 라인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들에 문호를 개방하는 건 정부가 추진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정책에 적극 앞장서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비메모리 반도체 상생안에는 국내 중소 팹리스들과의 생태계 조성을 통한 동반성장 철학을 강조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국내 중소 팹리스들과 동반성장을 선언했다. 반도체 공장 없이 설계만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국내 팹리스 업체는 150여개사로 대부분 매출 100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다.
메모리 분야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D램과 낸드로 나뉘는 반면, 팹리스는 중앙처리장치(CPU), 이미징 센서, 개별 소자 등 수많은 세부 영역들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년간 정부가 팹리스 지원정책을 펼쳤지만 몇 년 안에 성과가 없으면 지원을 중단하거나 지원 규모가 턱없이 부족해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가 없었다"며 "국내 팹리스 산업 육성은 해당 기업의 경쟁력만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팹리스 지원방안의 핵심은 설계자산(IP)과 파운드리 공장 개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소 팹리스들은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IP를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며 "우리가 보유한 반도체 IP를 필요한 기업들에 제공하고, 팹리스와 파운드리를 연결하는 디자인하우스 업체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향후 국내 팹리스 고객들의 제품 경쟁력 향상과 개발기간 단축을 위해 인터페이스·아날로그·보안 등 IP와 설계·불량분석 툴 등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기로 했다. 특히 중소 팹리스들의 제품개발에 필수적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그램을 공정당 연 2~3회로 확대운영한다. MPW는 실리콘 기판인 웨이퍼 하나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칩 생산을 한꺼번에 테스트하는 것으로, 중소 팹리스 입장에서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의 위탁생산물량 기준을 국내 팹리스들의 눈높이에 맞게 낮추는 것도 주목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국내 팹리스들은 주문물량이 워낙 소규모라 우리 라인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MPW 기술 개선 등으로 앞으로 중소 팹리스들의 물량 생산을 확대할 수 있어 생태계 조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상생안은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방안 마련 지시 이후 한달여 만에 삼성전자가 국가대표 기업으로서 실행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1월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 등에서 비메모리 세계 1위 의지를 보였고, 문 대통령도 국가 미래산업으로 정하는 등 두 사람의 교감이 이번 상생안에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비메모리 생태계 조성은 이 부회장의 결정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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