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단독]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억원 보상 제안…檢수사 염두에 둔 것?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4 11:08

수정 2019.04.24 11:24

애경산업,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2억원 제안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지원액 나와 
법조계 "정상 참작 염두로 보여"
애경산업 "지난해부터 논의됐던 사안" 
[단독]애경,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2억원 보상 제안…檢수사 염두에 둔 것?

애경산업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1인당 2억원씩의 지원금을 제안했다. 검찰이 가습기 살균제 판매 혐의로 애경산업에 대한 재수사를 착수한 지난 3월에서야 나온 제안이다. 애경산업 측은 검찰수사와 관계없는 지원이라고 전했다.

■이윤규 애경 대표, 2억원 지원 제안
24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자료와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애경산업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 피해자 10명에게 '피해자 보상 관련 제언의 건'이라는 서면 자료를 보내 지원금 지급을 제안했다.

해당 자료에는 '현재 애경산업은 제조사인 SK케미칼과의 명확히 확정되지 않은 분담금 비율에 대해 법적 판단을 따르기로 했으며, 그때까지 피해자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나 덜어드리고자 협의에 따라 정하게 될 소정의 금액을 먼저 일괄 지급해드리고 차후 확정되는 법적 판단 결과에 따라 추가 지급 협의를 하는 방안을 제언 드립니다'고 명시됐다.

이후 이윤규 애경산업 대표이사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원금이) 2억 정도 되는 수준인데 그걸로 긴급하게 어려운 부분을 해소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들은 애경산업의 지원금 제안에 분개했다.

검찰의 재수사가 시작돼서야 구체적인 액수의 지원액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 피해자는 "애경은 피해 해결보다도 자신들 입장에서 어느 것이 더 유리한지 계산기를 두드리기 바빴다"며 "애경은 줄곧 자신들의 잘못이 없다고 말했다. 그저 피해금 분담 비율이 20% 정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가습기 메이트/사진=연합뉴스
가습기 메이트/사진=연합뉴스

■"수사 과정에서 '정상 참작' 염두"
피해자들에 따르면 애경산업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해자를 만나기 시작해 올해 1월까지 실태를 파악했다. 이 과정에서 애경산업의 한 임원은 지난해 11월 "배상이 아닌 보상"인 점을 강조했다는 게 한 피해자의 전언이다. 배상금은 법적 책임, 보상금은 도의적 책임에 따라 지급한다.

다른 피해자는 "지난 1월 검찰이 재수사를 착수하자 애경산업이 피해자들과 개별합의를 하려고 적극적이었다"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지원 노력이 '정상 참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로펌의 파트너 변호사는 "재수사 과정에서 지원금 제안이 나온 것으로 보아 정상 참작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사과정에서나 재판에서 피해자와의 합의 노력이 정상 참작에 크게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가습기메이트는 SK케미칼이 제조하고 애경산업에서 판매한 제품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가습기넷의 고발건을 검토해 지난 1월부터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이 표시광고·제품 라벨·용기 선택 등 가습기메이트 제작에 참여했다고 보고 있다. 애경산업은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제조와 판매를 별개로 봐야 한다며 SK케미칼을 상대로 7억원대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애경산업 측은 검찰 재수사와 별개인 보상인 점을 강조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피해자분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지난해부터 피해와 관련된 것을 청취했다"며 "올해 초 검찰 수사와 관계없이 지원 방법에 대해 논의하다가 2억원의 지원금이 도출됐다.
검찰 수사와는 관계없는 조건 없는 지원금"이라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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