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분양시장 '무순위 청약' 바람…현금부자들 '눈독'

올해 서울에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신규 분양단지의 모델하우스 모습.(뉴스1 자료사진)© 뉴스1
올해 서울에서 사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 신규 분양단지의 모델하우스 모습.(뉴스1 자료사진)© 뉴스1

올해 강남 첫 분양 '방배그랑자이' 사전 무순위 청약 진행
"사업자에 위험 요인 ↓…사전 무순위 청약 단지 보편화"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분양을 앞두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대출규제 등으로 청약 아파트 계약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할 것에 대비해 '사전 무순위 청약'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청약 가점에 상관없이 미계약 물량을 사전에 신청하는 방식으로, 올 2월부터 시행됐다.

4월 한양과 효성중공업이 분양 아파트에 대해 사전 무순위 청약을 실시한데 이어, 오는 5월 GS건설도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에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24일 GS건설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승인이 아직 나지 않았지만 5월 2~3일쯤 사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는 이유는 최근 서울 분양시장에서 미계약 물량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부적격자로 판정받거나 대출규제로 자금조달을 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는 당첨자가 대폭 늘었다. 통상 당첨자의 10% 내외 수준이었던 미계약 물량은 최근에 50% 가까이 늘었다.

실제로 효성중공업이 지난달 정당 계약을 진행한 서대문구 홍제동의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일반 분양 419가구 중 미계약 물량이 174가구에 달했다. 이 단지는 평균 11.14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노원구 공릉동의 '태릉 해링턴플레이스'도 327가구 중 62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나왔다.

미계약이 넘쳐나면서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가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사전 무순위 청약은 1·2순위 청약 접수전 미계약에 대비해 미리 신청받는 제도다. 지금까지 미계약 물량을 분양받으려면 미계약 발생 후 모델하우스 현장에서 줄을 서야 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 통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접수비도 무료여서 인기가 높다.

서울에서 처음으로 사전 무순위 청약을 받은 동대문구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192'는 1만4376명이 사전 청약했다. 전체 공급물량(1120가구)의 약 13배 수준이다. 이 아파트 일반 청약경쟁률은 4.64대 1에 불과했다. 1순위보다 사전 무순위 청약 열기가 더 높았다.

시장은 사전 무순위 청약 제도가 유주택 현금부자에게 기회라는 반응을 보인다.
청약제도가 무주택자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1·2순위 청약에서 유주택자는 사실상 설자리가 없다. 주택사업자 입장에서는 사전 홍보 효과는 물론 미계약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사전 무순위 청약제도가) 현금부자를 위한 특혜라는 비판도 있지만 1주택자의 갈아타기 수요 등 유주택자에게 기회"라며 "사업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장점이 많아 사전 무순위 청약이 보편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