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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추경] 기존 사업 재탕한 미세먼지 추경…'미니추경'에 경기부양도 물음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 이호승 기재부 1차관, 홍남기 부총리,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사전브리핑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기선 기재부 차관보, 이호승 기재부 1차관, 홍남기 부총리, 구윤철 기재부 2차관,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 기획재정부 제공
올해 6조7000억원 규모로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추경)은 미세먼지 대응 2조2000억원, 경기대응 4조5000억원 등 크게 두 가지 목적으로 쓰이게 된다.

그러나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겠다는 목표와 달리 신규 사업 발굴보다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건설기계 엔진교체 지원 확대 등 기존에 시행 중인 사업을 강화에만 치중한 모습이다. 마스크 보급 등 단기 대책에도 상당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와달리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 등에는 17억원의 예산이 배정되는데 그쳤다.

경기대응 목적으로 편성된 4조5000억원도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은 성장률을 불과 0.06%포인트 끌어올렸다. 당시보다 7000억원 만이 증액된 사실상의 '미니 추경'으로는 경기활성화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4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재탕', '일회성' 미세먼지 대책 상당수
이번 추경에서 미세먼지 대응 예산 세부내역을 뜯어보면 기존 사업에 재원만 추가로 보탠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먼저 4759억원을 지원해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지원물량을 기존 15만대에서 40만대로, 25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건설기계 엔진교체(1500→1만500대), 건설기계 DPF(매연 저감장치) 부착(1895대→5000대) 등에도 본예산에 더해 지원을 확대한다.

이와함께 소규모 사업장(182→1997곳), 광산(18곳)에 배출 방지시설 설치에 예산 1080억원을 추가 배정한다. 석탄발전소의 저감 설비투자는 298억원을 신규 지원한다.

정부는 이같은 미세먼지 핵심사업의 경우 신속한 사업추진을 위해 3년 한시로 자부담을 인하하는 대신 국고보조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미세먼지를 야기하는 질소산화물(NOx)을 일반보일러보다 낮춘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보급은 27만대 추가로 늘려 종전 대비 10배 확대한다. 또 CNG(압축천연가스) 청소차량을 177대 추가 보급하는 등 생활 미세먼지 저감 지원에 466억원을 사용한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 구매보조와 충전인프라 설치 지원 확대를 위해 2105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인공강우, 기후변화 대응, 제조분야 미세먼지 저감기술 개발 등에 140억원, 미세먼지 특화펀드 300억원, 중소환경기업 사원화 지원에 93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단기처방도 상당수 마련됐다. 저소득층 234만명과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옥외근로자 19만명을 대상으로 380억원을 들여 마스크 보급에도 나선다. 또 복지시설·학교·전통시장·지하철·노후임대주택 등에 309억원을 투입해 공기청정기 1만6000대 설치를 지원한다.

반면 국내로 유입되는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은 생색내기용에 그쳤다. 실제 한·중 공동예보시스템 구축과 공동연구단 운영 등에는 겨우 17억원이 배정됐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의 근본적 해결책 마련보다 원인 분석 등에 치중한 소극적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마저도 산불과 같은 재난시스템 강화 등 안전투자에 쓰이는 70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미세먼지 대응 예산은 1조5000억원에 불과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미세먼지(PM-2.5 기준)가 종전 계획보다 7000t이 추가로 감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올해 1만t 감축 계획에 더해서 총 1만7000t이 저감된다. 이에 따라 올해 미세먼지 감축량은 28만4000t에서 27만7000t까지 감소할 것이란 설명이다.

사실상 '미니 추경'에 경기활성 물음표
선제적 경기대응 및 민생경제 긴급지원에는 4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라크 등 초고위험국에 진출하는 기업에 대한 특별금융지원 프로그램 신설을 위해 수출입은행이 500억원을 출자한다.

중소조선사들이 해외수주에 필요한 보증발급을 어려움이 없도록 전용 보증프로그램(RG)의 시행도 무역보험공사가 400억원을 출연한다.

벤처 창업·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1500억원을 들여 민간의 투자가 미흡한 창업 3년 이내 초기기업에 투자하는 혁신창업펀드를 대폭 확충한다. 또 창업 초기 이후 중도 탈락의 위험을 줄여 지속성장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전용 펀드도 500억원 규모로 신설한다.

5G 기술개발 및 융합 콘텐츠 개발과 제작인프라 조성에도 425억원을 배정한다.

위기·재난 지역의 자동차·조선업 부품기업에는 기술개발을 188억원을 들여 지원하고, 구조조정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 1000억원을 투입해 긴급자금을 공급한다.

영세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융자자금 확충에는 2000억원의 예산이, 지역시보 보증공급 확대를 위한 보전금 추가지원은 15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8214억의 예산을 배정해 실업급여 지원인원을 10만7000명 추가로 확대한다.

그러나 지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과 비교해 4조5000억원의 경기대응 추경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추경의 성장률 기여도는 0.06%포인트에 그쳤다.

최근 세수호황 기조가 꺾이면서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재정건전성 악화 비판을 의식한 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추경을 편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올해 추경 예산에서 3조6000억원이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 지난 2017년 현 정부 출범 이래 3년 연속 추경 편성을 단행한 가운데 적자국채를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1782조원(2018년 기준) 되는 한국 GDP와 비교하면 6조원대 추경은 규모가 너무 작다"면서 "과거와 달리 정부가 푸는 돈이 민간으로 잘 돌지 않는 데다 성장 기여도가 높은 SOC 지원은 감소하며 재정승수 효과가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추경으로 인한 성장률 제고 효과는 상당히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