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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 중국 전역 확산.. 전세계 육류시장 판도 바뀐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4.23 17:26

수정 2019.04.23 17:26

최대 돼지고기 생산·수입국 중국 내부 개체수 30% 감소 예상
사태 해결하려면 10년 걸릴듯.. 수입국 亞·중남미 타격 불가피
대체지 유럽·브라질 이익 기대
돼지열병 중국 전역 확산.. 전세계 육류시장 판도 바뀐다


중국 돼지열병이 전세계 육류시장의 흐름 자체를 바꿔 놓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이 열병으로 돼지 개체수가 급감하면서 전세계 돼지고기 수출시장이 중국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로 인해 아시아, 중남미의 돼지고기 수입국들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열병으로 중국 돼지 1억3000만마리가 폐사해 전체 중국내 돼지 개체수가 지금보다 30% 줄어든 3억마리로 쪼그라드는데 따른 후폭풍이다. 특히 통상 개별국의 돼지 전염병 충격은 5년이 지나면 대개 가라앉지만 중국의 경우 워낙 돼지고기 산업이 방대한데다 제도적 제약들로 인해 십년 넘게 끌 수도 있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中돼지 30% 급감···시장 판도변화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중국의 돼지열병이 전세계 육류시장 판도를 바꿔놓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유럽 돼지고기 가공업체인 덴마크의 대니시 크라운 최고경영자(CEO) 야이스 발뢰르는 중국의 돼지열병은 '게임 체인저'라며 "아프리카 돼지 열병의 실질적인 충격은 이제 막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치료약이 개발되지 않은 치명적 바이러스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 전염병의 이번 주기는 2007년 동유럽 조지아에서 시작됐다. 이 병은 동유럽 일부와 러시아를 거쳐 지난해 8월 중국에 상륙했고, 중국 당국이 상황이 진정됐다고 밝힌지 8개월이 지난 지금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중국 전역을 덮쳤다.

중 농무부는 지난주 올 하반기 중국 돼지고기 가격이 전년동기비 70% 이상 뛸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돼지열병으로 중국의 돼지 개체수는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라보뱅크 뉴욕의 크리스틴 매크래켄 애널리스트는 "이는 큰 사건"이라면서 "세계 돼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의 돼지 개체수가 30%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매크래켄은 4억3000만마리가 넘던 중국의 돼지 수가 연말께 3억마리로 1억3000만마리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14억 인구가 연간 돼지고기 5500만톤을 먹어치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 돼지 소비국 중국을 덮친 돼지열병은 전세계 육류시장의 판도까지 뒤집게 됐다. 브라질, 유럽 등 돼지고기 수출국들이 고기가격 상승으로 큰 혜택을 보는 반면 아시아와 중남미 일부 돼지고기 수입국들은 가격 상승과 품귀현상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여파는 이전보다 훨씬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브칼 드래고노믹스의 중국 소비자 담당 애널리스트 엔란 추이는 다른 나라들의 경우 ASF 충격을 완전히 제거하는데 5년 이상이 걸렸지만 중국의 경우 시장 규모, 규제 구조, 낮은 위생기준 등을 감안할 때 위기가 10년 이상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유럽·브라질은 반사이익 기대

이번 돼지열병으로 이미 중국의 최대 돼지고기 수입지역이 된 유럽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거둘 것으로 보인다. 대니시 크라운의 발뢰르는 자사의 돼지고기 대중 수출이 2월 이후 2배 증가했다면서 품목 규제도 완전히 풀렸다고 말했다. 그는 족발, 돼지 귀, 내장 등으로 수입을 제한하던 중국이 "지난 두달 사이 거의 모든 부위의 수요를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장 큰 혜택을 볼 나라는 브라질이 될 전망이다. 모간스탠리는 브라질의 대중 돼지고기 수출이 급증할 것이라면서 돼지고기 외에도 쇠고기, 닭고기 수출 역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 최대 유가공업체인 상파울루의 JBS는 "중국이 더 많이 수입하고 있다"면서 "수요는 돼지 뿐만 아니라 모든 단백질(육류)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JBS 주가는 대중 수출 급증 기대감 등에 힘입어 올들어 50% 넘게 뛰었다.

아직 중국과 무역전쟁을 끝내지 않은 미국도 업체들의 신중한 예상 속에 돼지고기 대중 수출이 늘고 있고, 덕분에 돼지고기 선물 가격 역시 뛰고 있다.


지난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되재고기 6월 인도분은 파운드(0.45㎏)당 96센트를 기록해 지난달 1일에 비해 25% 넘게 급등했다. 중국 당국이 미국의 관세부과에 맞서 미국산 돼지고기에 62%라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은 최근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미중 무역협상이 아직 타결된 상황이 아니어서 미 업체들은 신중하게 전망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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