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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란산 초경질유 즉시 대체할 방안 있나

미국이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에 대한 한시적 제재유예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지난해 11월 발효된 '180일 한시적 예외조치'가 오는 5월 1일 밤 12시 만료된다"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화(0)'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천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이란 핵협정 탈퇴를 결정하면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한국, 중국, 일본, 터키 등 8개국에 한해서는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유예 조치가 폐기됨에 따라 한국은 이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

미국의 이번 조치로 당장 국제유가가 들썩이고 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보다 배럴당 2.7% 올랐고, 영국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3% 이상 상승하며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국제유가는 향후 더욱 확실하게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이란 원유 의존도가 높은 국내 업계다. 한국의 하루 평균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38만7000배럴로 중국(61만3000배럴) 다음으로 많다. 물론 국내 정유업계는 지난해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을 점차 줄여온 만큼 수급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석유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초경질유(콘덴세이트)다. 초경질유는 전체 수입물량의 50% 이상을 이란산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격도 싼 편이어서 석유화학사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긴급하고도 신속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는 협상단을 꾸려 제재유예 재연장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이란에 대한 미국의 단호한 경제제재 의지를 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만큼 업계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다양한 대체수입국을 확보하고, 국제유가 추가 상승에 대비한 전반적인 영향 점검과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